빅동규 (변호사, 평화 활동가)
‘동맹의 핵심 영토’라는 이름 아래 한반도를 향하는 위험한 전략
콜비의 연설은 청사진이었고, NBC 보도는 실행계획이었다.
2026년 5월 19일,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국립전쟁대학(National War College) 연설에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주장은 명확했다. 핵보유국과의 충돌에서도 미국은 전쟁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핵의 위협 아래에서도 제한된 목표를 가진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콜비는 미국의 군사전략 목표를 “미국 동맹국 또는 파트너의 핵심 영토(the key territory of a U.S. ally or partner)를 적이 점령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상대국을 완전히 패배시키거나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 영토를 방어하는 제한전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연설이 나온 지 약 두 달 반 뒤인 2026년 8월 5일, NBC 뉴스는 미 국방부가 중국 또는 러시아와의 지역전쟁에 대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밀 전략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핵 옵션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콜비의 연설과 NBC 보도는 서로 떨어진 두 개의 사건이 아니다. 콜비의 연설이 새로운 핵전략의 이론적 청사진이었다면, NBC 보도는 그것이 실제 군사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전략이 상정하는 전쟁의 장소와 희생의 주체다.
‘동맹의 핵심 영토’는 결국 누구의 땅인가
콜 비는 전쟁의 무대를 미국 본토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반복해서 “동맹국의 핵심 영토”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동맹국은 어디인가. 중국과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말하는 핵심 동맹국은 대만,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며,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따라서 미·중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는 단순한 주변 지역이 아니라 가장 먼저 전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다.
콜비의 전략에서 한반도는 평화를 지켜야 할 공간이 아니라, 강대국 경쟁 속에서 군사적 거점으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 미국은 후방에서 전략을 결정할 수 있지만, 전쟁의 포화와 핵위협을 직접 감당하는 것은 동맹국 국민이다. 이것이 ‘동맹 방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위험한 현실이다.
콜비는 연설에서 “핵의 그늘 아래에서의 제한전쟁(limited war under the nuclear shadow)”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핵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억제가 실패할 경우 떻게 싸울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핵전쟁은 결코 제한될 수 없다. 전술핵과 전략핵은 군사계획상의 구분일 뿐이다. 실제 핵무기가 사용되는 순간 상대방의 대응과 확전 범위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한 발의 전술핵이 더 큰 핵보복과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표현은 핵무기 사용의 공포를 낮추는 위험한 언어다. 핵무기를 최후의 억제수단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전쟁수단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NBC 보도가 전한 전술핵 중심의 새로운 핵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정상화하는 순간, 세계는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수천 명이 죽어도 미국이 아니라 저쪽에서 죽는다”는 위험한 사고
이러한 우려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17년 북한과 미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하며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저쪽에서 일어날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들은 저쪽에서 죽을 것이다. 그들은 여기(미국)에서 죽는 것이 아니다.”
이 발언은 당시 미국 내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미국 본토에서 발생할 피해와 동맹국에서 발생할 피해를 분리하고, 미국인의 희생은 줄이되 동맹국이 전쟁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위험천만 하게도 콜비의 전략은 바로 이런 위험한 계산과 연결된다. 그는 미국의 비용과 위험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그 계산표 안에 동맹국 국민의 생명과 평화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한국이 핵전쟁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한국 정부는 “절대로 안된다” 라고 답해야 한다.
한반도는 누구의 핵전쟁터도 아니다
한반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대치 지역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까지 격화된다면, 대한민국은 두 개의 핵위협 사이에 놓일 수 있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은 한쪽의 안전을 위해 다른 쪽이 위험을 떠안는 관계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위한 군사적 전초기지가 아니다. 한국 국민은 미·중 패권경쟁의 비용을 대신 지불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제한적 핵전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핵폭발 뒤에 남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폐허와 희생뿐이다.콜비의 전략과 NBC가 전한 새로운 핵전략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한반도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강대국 경쟁의 핵전쟁터로 내몰 것인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더 많은 핵위협과 전쟁 준비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긴장 완화, 군비통제, 대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국제적 노력이다. 한반도는 누구의 핵전쟁터도 되어서는 안 된다. (동규 8/7)
컬럼의 분석과 주장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계 없으며 필자의 개인 견해 임을 밝혀 둡니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