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만원 대납, 구상권 청구 정부, 1심 패소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대신해 병원비 3900여만원을 지급한 교정당국이 최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정 당국이 소송을 제때 제기하지 않았다는 최씨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김도요 부장판사는 15일 정부가 최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2019년 7월 서울동부구치소 수용 당시 목욕탕에서 넘어졌고, 이듬해 5~7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최씨가 경제적 사유를 들며 입원비를 내지 않자 교정당국은 그해 10월23일 병원비 3900여만원을 대신 납부했다. 구치소 측은 5일 뒤 최씨에게 진료비 납입을 고지했으나 이후 5년간 별다른 후속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정당국은 지난해 11월에야 진료비 대납 사실을 인지하고, 서울동부구치소에 최씨를 대상으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했다. 구치소는 지난해 11월25일 최씨를 상대로 병원비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쟁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였다. 국가재정법상 국가의 금전채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다만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가가 행하는 ‘납입 고지’에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
최씨 측은 구상금 청구 소송이 대위변제일인 2020년 10월23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 제기되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최씨가 2020년 10월28일 수령한 병원치료비 납부 최고(재촉) 통지가 국가재정법상 납입 고지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납입 기한(30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0년 11월28일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이기에 지난해 11월25일 소송 제기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1심 법원은 최씨에게 구치소가 대납한 진료비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있다면서도 소멸시효 완성 이후 소송이 제기됐다며 최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채권관리법령에 따르면 납입 고지가 이뤄지려면 납입 결의서가 작성돼야 한다. 여기엔 납부 주소, 금액 산정 근거 등 사항도 적혀 있어야 한다”며 “관련 법령 등에 따르면 국가가 행한 납입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납부 최고 통지만으로는 납입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