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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서부전선 DMZ 지뢰 폭발과 ‘국경선 요새화’의 덫’

조성렬 (안보 전문가, 전 오사카 총영사)

1. DMZ의 폭음과 ‘국경선 요새화’의 전개

2026년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육군 25사단 관할 구역에서 수색작전 중이던 장병들이 두 차례에 걸친 지뢰 폭발로 수색대대장을 포함한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군 당국은 현장감식을 통해 북한제 수지 반보병지뢰를 포함해 최소 4발의 매설 지뢰를 식별하였으며, 북한군 매설 지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합동참모본부는 9월 28일 “지뢰 폭발 위치는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이라며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30일에는 북한군이 8월 20여 회, 9월 30여 회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UNC) 역시 한국군 합참과의 합동 현장 조사를 거쳐 30일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며 이번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공식 판단했다.

반면 북한은 9월 29일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담화를 통해 “국경 차단물 공사에 동원된 우리 인원들이 ‘월선’을 했다고 근거 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며 “우리 군인들은 단 한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부인했다.

남북 간 직접적인 연락·소통 채널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5년 8월 파주 DMZ 목함지뢰 사건을 거론하며 전 전선에 걸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간주하며 2015년 남북합의에 따라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순한 과거 사례의 대입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10월 2일 조기 귀국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당시의 상황과 2026년 현재 사태 간의 구조적 차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 남·북·유엔사의 군사분계선 인식 차이, 그리고 정전관리 기구로서 유엔사가 노출한 안이한 인식과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의 구조적 비교

2015년 8월 4일 연천·파주 전선에서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과 2026년 9월 서부전선 지뢰 폭발 사고는 DMZ 내 북한군 지뢰 폭발이라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발생 공간, 작전 형태, 군 당국의 판단 근거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첫째, 발생 지형과 수색 동선의 차이다. 2015년 사건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이 우리 수색대가 정기적으로 드나들던 추진철책 통문 남쪽 하단에 목함지뢰 3발을 매설한 것으로 보고 이를 계획적인 표적 도발로 규정했다. 반면 2026년 9월 25사단 관할 지역 사고는 기존 수색로가 아닌, 장기간 작전 활동이 없었던 미개척 구간에서 신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발생했다. 수풀이 우거진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진입로를 개간하며 기동하던 중 군사분계선 남쪽 약 10여m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둘째, ‘지뢰 매설’과 ‘고의적 표적 살상’ 판단의 분리다. 현장에서 북한제 지뢰가 매설된 상태로 발견된 점은 북한군에 의한 지뢰 매설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것이 2015년 사건에 대한 당시 우리 당국의 판단처럼 아군 장병을 특정해 노린 고의적 살상 목적이었는지는 규명되어야 할 문제다. 장기간 아군 통행이 없던 미개척 지대였던 만큼, 북한군이 아군의 특정 진입경로를 사전예측하고 매설한 것인지, 전선 차단 및 접근 저지 목적으로 구축한 지뢰지대에 아군 수색팀이 신규 통로 개척 중 진입한 것인지는 조사가 필요하다.

셋째, 대북 확성기 대응 적용의 한계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고, 이는 상호 포격으로 이어지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김관진–황병서’ 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어 ‘8·25 합의’를 도출할 소통 채널이 존재했다. 반면 2026년 현재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고 경의선·동해선 연결 도로와 철도를 차단했으며, 통신선과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했다. 완충채널이 부재한 상태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게 되면 우발적 무력 충돌의 위험을 통제하기 어렵다.

3.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와 유엔사의 안이한 정전관리

이번 사고는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아군의 경계 작전이 접경 지역에서 교차하며 발생한 사안이다.

김여정 부장은 9월 29일 담화에서 “두해 전부터 남부 국경 일대에서 차단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군사적 목적과는 무관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천명 이후, 2024년 봄부터 군사분계선 북측 일대에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 구축과 대량의 지뢰 매설 작업을 지속해 왔다. 2026년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조항’을 삭제하면서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유엔사가 보여준 정전관리의 안이함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요새화 작업이 비무장지대를 완충공간으로 규정한 정전협정의 근본 취지와 비무장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군사화 조치라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그러나 정전협정 관리의 1차적 책임을 지닌 유엔사는 북측 지역 내 차단 시설물 설치와 대량 지뢰 매설에 대해 방어적·건설적 성격의 활동이라는 논리로 정전협정 위반 판단을 유보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비무장지대 내 중화기 반입과 군사시설물 설치를 억제해야 할 관리기구가 북한의 공세적 요새화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유엔사의 이러한 미온적 판단은 북한의 불법적 요새화 작업에 면죄부를 주었고, 결국 위험의 남진을 초래했다. 방벽과 지뢰 매설은 북측 지역에 머물지 않고 군사분계선 완충 영역을 넘어 남측 10여m 지점까지 침범했으며, 아군 장병들이 다치고 나서야 유엔사는 부랴부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애초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 자체를 엄정하게 차단하고 통제하지 못한 채 사후약방문식 판단을 내린 유엔사의 안이한 정전관리가 이번 화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4. 군사분계선 인식 충돌과 물리적 오차

사고의 또 다른 뇌관은 73년 동안 경계 표식이 유실되면서 발생한 군사분계선(MDL) 자체의 물리적·기술적 불확실성에 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북은 약 248㎞의 MDL을 따라 총 1,292개의 표지판을 설치했으나, 자연재해 등으로 상당수가 유실되어 현재 남아 있는 표지판은 약 200개에 불과하다. 80% 이상의 물리적 표식이 사라진 상태다.

또한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사·북한·중국 대표들은 축척 5만분의 1 종이지도 위에 펜으로 군사분계선을 표시했다. 지도 위 1mm 두께의 선은 지상 실측 거리로 약 50m의 오차 범위를 형성한다. 여기에 남측과 유엔사는 GPS의 기반이 되는 세계측지계(WGS-84)를 표준으로 적용하는 반면, 북한은 구소련 계열의 측지체계(러시아 GLONASS 연계 좌표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양측의 좌표상 편차가 발생한다. 표지판마저 200개 남짓만 남은 상태에서 서로 다른 기준과 지도를 적용하다 보니, 현장에서 남북이 인식하는 기준선 간에 수십 미터에 달하는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을 침범할 때마다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금년 8~9월에도 북한군이 수십 차례 MDL을 침범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공사활동에 대한 위협이라며 맞서고 있으며, 김여정 부장은 “영토와 군사주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진다면 참담하고 파국적인 처지를 자초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2025년 11월 국방부는 북측에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지난 10월 2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남과 북 그리고 유엔사가 측정하는 선이 다 다르다”며 남북이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고 확정하는 작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표지판이 유실되고 직접 소통채널이 단절된 조건에서, 양측이 공인하는 기준선 재정립 없이는 전방 군사활동 간 우발적 충돌이 재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 정전체제의 전략적 관리

이번 서부전선 DMZ에서 일어난 지뢰 폭발 사고는 우리 군 장병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낳았고, 한반도 정전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현 상황은 남북 간 직접적인 연락·소통 채널이 완전히 차단된 채, 북한의 공세적인 ‘국경선 요새화’에 따른 지뢰 위험과 73년간 방치된 군사분계선 인식 차이가 정면으로 맞물려 폭발한 복합적인 위기 국면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2015년식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같은 반사적이고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극도로 위험하다. 2015년 당시와 달리 현재는 위기 시 완충 역할을 수행할 남북 고위급 접촉선이나 군 통신선 등 최소한의 충돌 방지 장치가 전무하다. 소통로가 차단된 상태에서의 심리전 재개는 국지적 도발을 넘어 통제 불능의 전면적 우발 무력 충돌로 비화할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비무장지대 군사화와 요새화 작업을 ‘방어적·건설적 조치’로 안이하게 간주해 온 유엔사는 이제라도 정전협정 관리 주체로서의 실질적 책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엔사는 소극적인 정전협정 위반 판정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군사정전위원회 틀을 즉각 가동하여 북한군과의 실무 접촉 창구를 개설해야 한다. 나아가 표식 유실과 측지 편차로 인한 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남·북·유엔사 삼자가 공인할 수 있는 군사분계선 기준선 재확인 및 표지물 재설치 작업을 정전관리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남북 직교류가 단절된 비대칭적 안보 환경에서는 ‘유엔사 전면화–한국 배후 협력’이라는 정교한 우회로를 전략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유엔사를 대북 접촉과 정전 관리의 전면에 세우고 우리 정부가 실질적 해법과 기준을 배후에서 긴밀히 뒷받침할 때, 단절된 소통망 복원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서부전선의 비극을 단순한 보복의 악순환으로 소모하지 않고, 취약해진 정전체제를 실효적 평화관리체제로 전환해 내는 담대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 (성렬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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