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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스콘신 프란체스카 홍

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기상학에서 한여름의 돌풍은 뜨겁고 습한 공기가 지면에 쌓여 있다가 상층의 찬 공기를 만나  소나기구름을 형성하고, 구름 속에서 급강하하는 차가운 공기가 지면에 부딪혀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현상을 뜻한다.

지금 미국 중서부의 정치적 중심지인 위스콘신주에서는 정확히 이와 닮은 거대한 정치적 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인구 약 599만 명 중 백인 비율이 80%에 달하고,  역사적으로 흑인 노예제를 반대했던 진보적 전통 속에서도 현재는 철저한 스윙보트(경합주)  지역으로 분류되는 위스콘신에서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한국명 홍윤정) 주 하원의원이 8월 11일
주지사 민주당 예비선거를 앞두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홍 후보는 민주당 주지사 경선에서 가장 앞서 있다. 7월 말 State Navigate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44%로, 데이비드 크로울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 15%, 전 부지사 만델라 반스 14%를 크게 앞섰다. 특히 홍 후보보다 인지도가 높았던 반스는 결국 경선에서 사퇴했다. 사라 로드리게스 부지사 역시 중도 하차했고, 크로울리는 토니 에버스 주지사의 지지를 받아 다시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홍 후보의 선두는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대기업 엘리트 중심의 성장 담론에 누적된 불만, 그리고 생활비 위기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좌절감이 상층의 정치적 불신이라는 찬 공기와 맞닥뜨려 터져 나온 필연적 결과다.
인류 역사에서 특정한 이념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해 왔다. 성리학이라는 철학적 기틀 위에  500년을 이어온 조선왕조나 계몽주의·공화주의 사상으로 건국되어 250년을 맞이한 미합중국, 그리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했으나 70여 년 만에 무너진 소비에트 연방의 사례처럼, 전 세계의 국가 시스템은 대개 이념적 언어와 체제를 통해 구축되고 지배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새로운 조류는 과거의 추상적이고 교조적인 사회주의 이념과 결을 달리한다. 뉴욕시를 비롯한 대도시와 위스콘신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이념의 언어가 아니라 식료품비, 무상 보육, 주거비, 의료비, 그리고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 노동제 등 유권자의 일상과 직결된 &#39;생활밀착형 진보 아젠다&#39;를 무기로 삼고 있다.

프란체스카 홍 후보 역시 셰프와 싱글맘으로 살아온 현장의 생생한 언어로 유권자의 경제적 압박에 직접 응답하며 대중을 결집하고 있다. 이에 맞서 공화당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강력한 색깔론과 공세로 맞불을 놓고 있어, 이번 선거는 미국 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시험하는 용광로가 되고 있다.

2016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부터 점화된 미국 내 민주사회주의자들의 정계 진출은 어느덧 10년 만에 250여 명을 넘어섰다. 공화당 내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이념과  민주당 내의 민주사회주의 이념은 모두 기성 정치 질서와 엘리트 카르텔에 대한 깊은 불신을 자양분 삼아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양당의 주류 질서가 흔들리고 이념적 양극화와 생활고의 결합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내는 변혁의 시기인 것이다.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소수계인 한인사회는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거친 이념의 대립과 포퓰리즘적 공세 속에서 우리의 권익을 지키고 주류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깊숙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특정 진영의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우리 삶의 현장에 밀착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위스콘신의 한인 정치인이 불러일으킨 이번 돌풍은 우리에게 단순한 흥미 그 이상, 즉 변화하는 미국 정치 지형 속에서 소수계가  생존하고 도약하는 법에 대한 무서운 통찰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동찬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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