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미시간서 잇단 승리
‘보편 의료’ 엘사예드 선출…중간선거 이기면 미국 첫 무슬림 상원의원
트럼프 “공산주의자” 날선 견제…진보 색채 짙은 하원 후보 2명 승전보
미국 민주사회주의 열풍이 ‘찻잔 속 태풍’이 아님이 재입증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의 미시간주 상·하원 경선에서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이 대거 승리한 것이다.
미시간은 앞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후보들이 파란을 일으켰던 뉴욕이나 콜로라도 덴버 같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중도 성향 경합주다.
4일 치러진 민주당의 미시간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DSA 지원을 업은 압둘 엘사예드(위 사진)가 접전 끝에 48.5%의 득표율로 4선 현역 하원의원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었다.
엘사예드는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의원을 꺾을 경우 미국 첫 무슬림 상원의원이 된다. 그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스티븐스는 민주당 기득권을 대표하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지지를 업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내세웠다.
경합주 미시간서 잇단 승리…기득권 정치 흔들 태풍 될까
두 후보는 공약에서도 대조를 이뤘다. 미시간 웨인카운티 보건국장을 지낸 엘사예드는 보편적 의료보험, 이스라엘 원조 중단,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체포 중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등을 내세운 데 반해 스티븐스는 보편적 의료보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 학살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스티븐스는 친이스라엘계 로비단체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았다. 이번 경선에 유입된 6000만달러(약 854억원)의 외부 정치자금은 대부분 그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이 중 3000만달러 이상은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로부터 나왔다.
막대한 자금 공세에도,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준 것은 엘사예드였다. 그는 젊은층과 노조, 아랍계 유권자 등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샌더스 의원은 5일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사예드가 이뤄낸 일은 현대 정치 사상 최대 이변”이라며 “그는 민주당 지도부 전체에 맞서 싸웠고, 6000만달러가 넘는 슈퍼팩을 막아내야 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한 후보를 평생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시간 연방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도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이 이겼다. DSA 회원이자 진보적 기후운동단체인 선라이즈무브먼트의 공동 창립자인 윌리엄 로런스가 7선거구 경선에서 득표율 42.6%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는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조 바이든 정권에서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브리짓 브링크(29%)와 전직 네이비실 대원인 맷 마스담(28.3%) 등 온건파 후보들을 따돌렸다.
로런스 역시 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전 국민 메디케어 지지, ICE의 이민자 체포 중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연방 재정 투입, 팔레스타인 지지 등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오늘 밤 유권자들은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와 워싱턴 내부 인사들이 우리 도시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에 지쳤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며 “유권자들은 양당 지도자에게 맞서고 노동자를 위해 싸울 용기가 있는, 매수되지 않은 대표를 원한다”고 밝혔다.
13선거구에서도 DSA의 도노반 매키니 주 하원의원이 2선 현역 연방 하원의원인 슈리 타네다르와 맞붙어 승리했다. 디트로이트 최대 의료노조에 몸담았던 매키니는 지역 노조의 전폭 지지를 받은 반면 타네다르는 제약회사 기업인 출신이다. 디트로이트는 민주당 텃밭이라 경선에서 승리한 매키니가 본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선에서 DSA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한 것은 민주당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의료보험 요구와 AI 데이터센터 및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중도 성향 경합주에서까지 무시 못할 만큼 강하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류는 DSA 후보의 급진성 때문에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공화당은 엘사예드 후보를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후보”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공격했다.
오는 11월4일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엘사예드는 공화당 경선에서 무투표 당선된 마이크 로저스와, 로런스는 톰 배럿 현 공화당 하원의원과 맞붙는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으려면 4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미시간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하원 7선거구 역시 민주당이 최우선 탈환해야 할 접전지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DSA 후보들이 잇달아 승리하자 “미국을 베네수엘라처럼 만들려는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5일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연설하며 엘사예드를 “유대인 혐오자” “공산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이들이 승리하면 “여러분은 집과 아파트를 잃게 되고 더러움, 범죄, 죽음, 파괴, 굴욕 속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