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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빼면 일본은 우리에게 잘했다”…美, 28년 만에 엔화 샀다

미·일, 7월31일 공동 시장개입…엔화 164엔 부근서 155엔대로

베선트 메모엔 50억~100억달러…미국의 실제 매입액은 공개 안 돼

미국이 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미국 당국이 엔화를 사들인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영국 가디언은 3일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이례적인 공동 개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도 지난달 31일 미 재무부와 공조해 엔화를 매입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공동 개입 사실을 확인하면서 “진주만 공격을 빼면 일본은 우리에게 아주 잘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미국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에서 촬영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메모에는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입’이라고 적혀 있었다. 메모에 적힌 금액은 약 7조~14조원 규모지만 실제 집행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밝혔다. 추가 공동 개입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발표 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64엔 부근에서 155.20엔까지 떨어지는 등 엔화 가치는 크게 반등했다.

가디언은 양국 개입으로 엔화 가치는 급반등했지만 엔저를 만든 구조적 부담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석유·가스와 식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한다. 엔저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중동산 원유·가스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의 수입 원가와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을 반영해 2026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종전 1.3%에서 0.9%로 낮췄다.

 

엔화 약세의 또 다른 배경은 다른 주요국보다 낮은 일본의 금리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정책금리를 1%로 동결했다. 일본 기준으로는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지만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지난 6월의 금리 인상도 엔화 약세를 오래 막지는 못했다.

재정 불안도 엔화를 압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을 202.9%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카이치 정부는 민간 자금까지 합쳐 2040년까지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17개 전략산업에 370조엔 이상을 투입한다는 성장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미국이 직접 엔화를 매입한 공식 명분은 세계경제 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베선트 장관도 엔화가 상당히 저평가됐다며 일본의 시장 안정 조치를 지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의 국채금리 부담도 개입 결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5월 말 기준 1조1400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이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려 미 국채를 대량 매각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일본이 엔화를 사는 데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려 반드시 미 국채를 시장에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외국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단기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베선트 장관은 이 제도가 이번 공동 조치에 활용됐음을 시사했고, 일본 재무성도 앞으로 이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미국이 개입한 동기를 둘러싼 해석과 별개로 이번 조치가 엔화 가치의 반등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의 금리정책과 중동 에너지 가격,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운용 등이 앞으로 엔화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일 양국은 시장이 다시 무질서하게 움직이면 추가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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