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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히가시노 게이고가 남긴 ‘마지막 고백’

‘갈릴레오 시리즈’ 열 번째 책   살인 사건의 범인 추적하며,

유카와 마나부의 비밀 드러나  내달 일본서 ‘영원의 기억’ 출간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최근 한국서 출판된 그의 유작 투명한 나선을 살펴본다. 김선영이 옮겼고 북다에서 출판 했다.

유카와 마나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갈릴레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천재 물리학자다. 이야기 속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그는 비논리적인 것을 싫어하고 약간은 괴팍한 면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투명한 나선>(북다)의 말미에 내뱉는 이 같은 말은 좀 낯설다.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인생을 보아 온 지금은 그때의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압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요. 지금 제가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갈릴레오 시리즈가 일본에서 처음 연재된 것이 1996년이었다. 시리즈 초반 서른 중반의 부교수였던 유카와는 이제 쉰을 넘긴 정교수가 됐다. 시간의 축적 속에서 유카와도 조금은 변한 것일까.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인 <투명한 나선>에선 그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간 얘기되지 않았던 그의 개인적인 비밀도 밝혀진다.

책의 맨 앞 “갈릴레오 팬이라면 분명 놀랄 것이고, 히가시노 팬이라면 더욱 놀랄 것이다”라는 작가의 선언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한다.

도쿄 인근 지바현 바다에서 등에 총상을 입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남성을 실종 신고한 동거 여성은 자취를 감췄다. 여성의 뒤를 쫓던 형사 구사나기와 우쓰미는 수사 과정에서 뜻밖에 유카와의 이름을 발견한다. 구사나기는 유카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거절하던 유카와는 다른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전개는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방식을 따른다. 용의자를 좁혀가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 사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난다.

[책과 삶]“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히가시노 게이고가 남긴 ‘마지막 고백’
비슷한 방식의 구성이지만 읽다 보면 또 매번 재밌다. 뻔해 보이는 추리과정을 조금씩 비틀어 독자에게 일종의 반전을 선사하는 기술이 탁월하다. 약간은 통속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인물에 대한 감정 묘사도 적절하다. 사건을 해결한 뒤 유카와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비밀을 스스로 밝히는 부분은 작가의 말대로 어느 정도 놀랍다. 이 책 이후 유카와가 보여줄 변화가 시리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지는데, 작가가 세상을 떠나며 그다음 이야기는 더 길게 만나기 어려워졌다.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오사카 부립대(현 오사카 공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1985년 소설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전업 작가로 글을 썼으나 10여 년가량 무명 생활을 했다. 1990년대 후반 발표한 <비밀>, <백야행> 등이 성공하며 인기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2006년 갈릴레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기도 한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상과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 부문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문예상을 받았다. 이후 쉴 새 없이 작업하며 100권이 넘는 소설을 냈다. 일본 내 그의 작품 누적 발행 부수는 1억부가 넘는다. 지난 23일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미야베 미유키, 다카노 가즈아키 등 수준 높은 추리물을 쓰는 일본 작가들이 많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중에서도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2012년 국내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170만부 이상 팔렸다. 최근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한 해외 작가다. 그의 뒤를 이어 헤르만 헤세, 무라카미 하루키가 꼽혔다. 그의 작품은 일본 및 다수 국가에서 영상화돼 대중과 만났다.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은 한국에서도 영화화됐다.

국내 서점가에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20여종을 진열한 특별 매대가 만들어졌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는 작가에게 추모 댓글을 남길 수 있는 페이지가 열려 1000여개 넘는 글이 달렸다.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주요 검색어와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그의 이름과 작품이 올랐다.

<투명한 나선>은 갈릴레오 시리즈 10번째 책이며 작가의 98번째 단행본이다. 현지에선 2021년 나왔고 한국에선 이달 13일 출간됐다. 국내에 발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단번에 읽게 되는 책이니, 그를 추모하며 여름 휴가 혹은 주말 밤을 이용해 읽어봐도 좋겠다.

작가 생전 공식 발매일이 정해진 마지막 소설이며, <투명한 나선>에 이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11번째 책이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106번째 작품인 <영원의 기억>은 다음 달 일본에서 출간된다. 해당 작품도 출판사 북다와 국내 판권 계약이 완료됐다. 작가의 사망으로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라 북다는 “(기존 일정보다) 일찍 출간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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