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타운뉴스

<이상성 컬럼> 정치인의 신념, 그리고 리더십

 이상성 (정치 평론가, 전 브루클린 힌인교회 부목사)

그동안 검찰개혁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게 참 많다.  그 느낌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정치인은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목적에 대한 신념이 강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목적과 신념은 정의롭고 올바른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라의 군대가 사병화가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수 십 년을 군사 독재 치하에서 살아야 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그 참혹함이 전혀 실감이 안 나겠지만, 우리 세대는 정말 치가 떨리도록 군사독재의 폐해를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세대이다.

그런데 군사독재 정권에서 정권의 개가 되어 사람을 죽이라면 죽이고 살리라면 살리던 검찰이 그 주군이 사라지니까 죽일 사람과 살릴 사람을 자신들이 직접 결정하고 패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큰 전환점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였고, 이때를 기점으로 검찰은 자신들로 인해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우리가 대통령도 죽일 수 있는 권력자로구나 하는 우월감에 도취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절정은 윤석열 검찰정권의 탄생이었다. 이들은 60만 대군의 총으로 권력을 휘둘렀던 박정희와 전두환과 달리, 2천 명이 좀 넘는 병력으로 총 대신 법 기술로 한 나라를 통째로 삼키고, 죽일 사람 죽이고 살릴 사람 살릴 수 있다고 믿고 덤벼들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보아왔던 검찰의 패악질에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과 철저성은 이미 확립되어 있었지만, 윤석열의 쿠데타 이후 이 문제는 더욱 간절한 국민들의 소망이 되었다. 물론,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라는 사람들은 제외한 국민들이다.

내란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는 모두가 자신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모두가 검찰 개혁에 진심이었다. 당 대표로서의 이재명과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재명도 여기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철저한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고, 정청래, 박찬대, 김민석, 최민희, 박선원 할 것 없이 모두가 여기에 동참했다. 얼마나 똘똘 뭉쳤기에 2025년 임시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정청래나 박찬대나 누가 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을까!

그러나 당 대표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점점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찬대 캠프에서 정청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슬슬 시작된 것이다. 이 네거티브를 보면서 당원들의 여론은 박찬대에게 매우 부정적으로 흘러갔고, 정청래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는 박찬대 측의 네거티브에 매우 담담하게 대응했다. 정청래는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수해 복구 현장을 누볐다. 수해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그 모든 네거티브의 스트레스를 풀었으리라 나는 짐작한다.

정청래는 당 대표 공약으로 추석 이전 검찰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그리고 검찰청을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법안 통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검찰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이라는 무소불위의 삼위일체 권력을 해체하는 것인데, 여기서 개헌 없이 그 권력을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수사권뿐이다. 헌법에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은 검사에게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법률 개정으로는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빼앗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수사권을 완벽하게 해체해도 엄청난 권력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 수사권마저도 완전한 해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국힘이 아닌 민주당 내에서 말이다.

이때부터 이상하게 돌아간 것은, 철저한 개혁을 부르짖는 정청래 당 대표의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당과 국회가 아닌, 김민석 총리가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총리실 산하에 TF를 만들고 이 문제를 처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어떤 당 대표가 대통령의 이 생각에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지난 연초에 이 TF에서 나온 안을 보면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권을 그대로 남겨 놓은 것이었다. 또한 중수청은 검사들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큰 조직과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런 총리실과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동과 발언을 수차례 함으로써 자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간접적으로 알렸다.

여기서 국론은 양분되었다.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야 한다는 측과 비록 대통령의 뜻과는 반대가 되더라도 검찰개혁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진다고 보는데, 한 갈래는 대통령의 의중을 중심으로 권력을 획득하겠다는 쪽이고, 다른 한 갈래는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주장하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는 신념에서 대통령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 세력들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측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세력들에게 다양한 영양분을 제공하며 싸움을 부추겼다. 멸칭을 만들어 유포하면서 철저한 검찰개혁에 대한 신념을 가진 측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당원들과 언론인들과 평론가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결국 초지일관 신념파가 이겼다.  민주당의 권력은 민주당 당원에게서 나온다. 당원들의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하자 결국 대통령도 굽히고 총리 출신 당 대표 후보도 굽혔다. 어떻게 해서든지 검찰에게 수사권을 남겨 놓으려 그렇게 애쓰던 전임 총리가 갑자기 검찰 개혁의 선봉장인양 앞장서서 보완수사권 불허를 외치기 시작했다. 지난 5월까지 개혁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 개혁이 안 되었느냐고 정청래 당시 당 대표를 공격까지 하면서 말이다.

5월까지 형소법 개정안을 붙들고 안 놓아준 이가 누군가? 바로 김민석 당시 총리 아닌가! 자신이 붙들고 개정 못하도록 시간 끌고 있었으면서, 이제 말 바꿔서 거꾸로 자기 때문에 개혁 못한 사람에게 개혁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당원들의 김민석에 대한 지지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마 회복이 불가능 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아니 확인할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은 유창한 연설에서도, 서울대라는 학력에서도, 개인적인 능력에서도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초지일관된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교훈 말이다.

검찰의 구조적 불합리성에서 나오는 검찰 권력의 부패와 타락을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명제로 부정하려는 정치인은 그의 신념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신념이라, 신념이라 할 수도 없는 신념이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반면에 정청래와 최민희와 서영교 등의 정치인들에게 당원들이 꾸준한 지지를 보내는 것은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 처음이나 지금이나 일관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당할 대로 당한 당원들은 이제 그들의 얍삽한 교언형색에 넘어가지 않는다. 말보다는 행동을 보면서 판단한다. 얼마나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초지일관 지키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가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십은 정의롭고 올바른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데서 나온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는 신념은 더 이상 신념이 아니고, 그런 가변 신념을 가진 정치인은 더 이상 믿음을 주지 못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한순간은 다수를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다수를 속일 수는 없다. 당원들은, 적어도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국민의힘)’라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잠시 속을 수는 있지만 오래도록 속지는 않는다.

그래서 김민석도 태세전환을 했지만 그 태세전환도 너무 얍삽하게 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제가 잘못 판단해서 검찰개혁을 늦추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신속하게 검찰 개혁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했다면 그래도 마음을 돌릴 당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 대표는 그때까지 무엇하고 자빠졌었느냐고 적반하장 호통을 치니 다들 어처구니없어 하는 것이다.

기초의원부터 대통령까지 이 한 가지는 꼭 마음에 새기자.

자신의 신념이 정의롭고 올바른 것인지 먼저 살펴보고, 그 정의롭고 올바른 신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한다는 원칙 말이다. 국민들과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더십은 여기서 나온다. (상성 7/29)

컬럼의 분석과 주장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계 없으며 필자의 개인 견해 임을 밝혀 둡니다. (편집자)

Related posts

“한복의 날은 한인사회 영향력과 한미우호 관계 존중의 표시”

안지영 기자

한국 카카오 첫 여성 CEO …리더십 세대교체 시작됐다

안지영 기자

39대, 대 뉴욕지구 한인회장, 이명석 후보 당선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