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닥 아니다” 의심 팽배
유례없는 ‘빚투’가 변동성 증폭시켜
레버리지 폐지 촉구하는 근조 화환 시위까지
전문가 “악재보단 수급·심리가 좌우”
“코스피는 1만5000까지 갈 것이다.”
지난달 25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전망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9114.55(6월22일)를 찍은 지 사흘 뒤였다. 당시만 해도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국내외 투자기관들까지 모두 장밋빛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코스피는 한 달간 무려 40% 가까이 하락하며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24거래일 동안 상승 마감한 날은 9일에 불과했고, 프로그램 매매를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는 11회, 장 전체를 멈춰 세우는 서킷브레이커는 무려 6회 발동됐다. . 같은 날 국회 앞에는 레버리지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 시위가 벌어졌다.
첫 손에 꼽히는 하락 원인은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랠리’가 끝났다는, 이른바 ‘메모리 피크아웃(정점 종료)’ 논리다.
이들 기업 실적은 대부분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금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하이퍼스케일러의 자금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투자 확대 의구심이 커졌다. 구글의 잉여현금흐름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사실 또한 우려에 불을 지폈다.
메타가 남는 AI 컴퓨팅 자원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 중국 문샷AI의 저비용 AI모델 ‘키미 K3’ 출시 등도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키웠다. 화룡점정은 지난 28일 중국이 반도체 제조용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장악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한 달 내내 이어진 쉼 없는 하락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분명 호재도 있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잠정 발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자, 분기 이익으로는 엔비디아·애플의 기록을 뛰어넘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7%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한 주식예탁증서(ADR)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그다음 주 월요일 코스피에서는 주가가 무려 15.37% 급락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하락의 배경을 외부 악재보다 거래량·수급, 그리고 투자자 심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동성을 증폭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 5월 27일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꼽힌다.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극심했던 데다, 매일 목표 배율(2배)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메커니즘이 지수를 한층 크게 출렁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빚투’도 한몫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8일 위탁매매 미수금 22조3843억원 중 실제 반대매매로 넘어간 금액은 7058억원(3.15%)이었다. 지난 9일엔 이 비중이 10.2%까지 치솟기도 했다. 평소 반대매매 비중(0.5~1%)의 3~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가 하락이 담보가치 훼손과 추가 반대매매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주가 하락과 투자자들의 급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번 급락의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가에서는 5000~5600선이 코스피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본다.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 여부와 외국인 수급이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시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하방 지지선은 5600선인데 장중 그 아래까지 위협받은 상황”이라며 “워낙 투자심리가 냉각될 대로 냉각되다 보니, 지금 주가 지수대가 바닥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시장에 만연해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