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선수 10년2개월 만에 LPGA 우승, 30년 만의 일
“계속 부딪쳐 봐. 도전을 멈추지 마.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
제니 신은 3738일 10년2개월 만에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과거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0년 넘게 우승을 이뤄내지 못하면서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던 제니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포 골프선수 제니 신(신지은)이 26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끝난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신지은은 파자리 아난나루깐(27·태국)에게 5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신지은은 6번홀(파3)부터 8번홀(파4)까지 3연속 보기를 범한 여파로 전반이 끝났을 때 아난나루깐에게 2타 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10번홀(파4)과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여유를 되찾아 ‘와이어 투 와이어’(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 우승을 달성했다. 신지은은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김아림(31)이 2위(7언더파 281타)에 자리했다.
2011년 LPGA투어에 데뷔한 신지은이 처음 우승한 대회는 2016년 5월 2일 끝난 텍사스 슛아웃이었다. 당시 그는 그때 135번째 도전 끝에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이후 235개 대회에서 ‘무관(無冠)’에 그쳤던 신지은은 10년 2개월 25일 만에 통산 2승을 이뤄내며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4억4000만 원)를 획득했다. LPGA투어에서 10년이 넘는 우승 공백을 깨고 정상에 오른 선수가 나온 건 1996년 비키 퍼곤(71·미국) 이후 30년 만이다.
신지은은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다가 눈물을 쏟았다. 그는 “첫 우승 때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내가 우승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느낌이 다르다. 내 노력으로 쟁취한 우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첫 우승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던 신지은에게 전환점이 된 건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휴식기였다. LPGA투어가 중단된 6개월 동안 선수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는 “술을 먹고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한 적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돌아볼수록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골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돌아봤다.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은 신지은은 2022년 퍼팅 훈련을 하면서 코치에게 “은퇴하기 전에 꼭 한 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목표를 이뤄낸 신지은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방황했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안의 불꽃을 되살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링크스 코스에서 자신감을 얻은 신지은의 시선은 30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을 향하고 있다. 신지은은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연습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AIG 여자오픈은 링크스 코스인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섬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신지은 1992년 생으로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동포선수다. 현재는 라스베거스에 거주하고 있다.
신지은의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의 LPGA투어 승수는 6승이 됐다. 앞서 김효주(31)와 유해란(25·이상 2승), 이미향(33·1승)이 우승했다. 또한 유해란이 지난달 29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12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뤄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신지은이 챔피언이 되면서 최근 3개 대회 연속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