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남중국해 분쟁 속 ‘무력 시위’
미국 중심 태평양 동맹 견제 의도
일 ·호주 등 인접국선 우려 목소리
중국이 처음으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한 전략핵잠수함 장거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면서 중국의 태평양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져온 태평양에서 핵 억지력과 무력 투사 의지를 드러내며 새로운 ‘힘의 균형’을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이번 시험 발사는 현재 진행 중인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림팩)에 대한 대응이며,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는 미국 및 기타 역외 국가들에 중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수호할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지난 6일 밝혔다.
태평양에서 지난달부터 림팩 등 미국 주도 군사훈련이 연달아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SLBM 발사는 대만이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 중 미국의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보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덜 해왔다”며 “이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고 중국은 더 많은 시험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쯔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중심 동맹 체제에 약점이 있다고 느끼는 중국이 벌이는 일반적인 탐색전”이라고 했다. 미국의 태평양 군사훈련에 중국이 가만히 있기보다는 힘을 보여주는 편이 향후 미·중관계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자 사설에서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 등 다자 안보기구 구축에 나선 미국의 움직임과 일본의 신군국주의를 언급하며 “일부 세력은 중국이 실질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살라미 작전과 같은 위험 감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주변국의 경계심은 높아지고 있다. 토미 피고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급속하고 불투명한 핵무기 증강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의미 있는 군비통제 논의에 참여하고, 모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약속에 따라 ICBM 및 우주 발사체에 대한 정기적 통보 조치를 이행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AP통신에 “미사일 발사 몇시간 전에 통보받았다”며 “미사일이 1986년 라로통가 조약으로 설정된 남태평양 비핵지대 내로 발사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조약 서명국이다. 이번 발사는 호주와 피지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던 날 이뤄진 점도 공교롭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이번 시험 발사가 역내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라일 모리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AP통신에 “미국이 이번 발사에 앞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는 중국의 핵 억지력이 지상 미사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미국에 대한 신호”라고 말했다.
우자오셰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엑스에 중국이 쏜 SLBM이 JL(쥐랑·巨浪)-2이며 남중국해에서 발사돼 남태평양 나우루와 통가 사이 해역에 낙하했다는 비행 추정 경로를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사 후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며 3대 안보문서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7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