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재단(CEIP) 핵정책 선임연구원 포린폴리시에 기고
제재 완화 및 향후 ‘핵 위협 감소’ 전제 협상 가능성 제시 등 거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북러 관계가 더욱 밀착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푸틴과 김정은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라는 기고문에서 양국이 미국의 이익에 계속 심각한 도전이 되리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판다 연구원은 “통상적인 정상급 회담에서와 달리 (푸틴과 김정은) 양측은 그들이 무엇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지 힌트를 줄 어떤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기를 택했다”라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원하는 바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봤다.
특히 그는 김 위원장 방러에 앞서 이뤄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을 비롯해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선정된 점 등에 주목했다. 보스토치니 기지는 로켓 등 우수 기술을 다루는 러시아의 과학 단지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로켓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게 우리가 보스토치니 기지에 온 이유”라고 발언, 향후 북한의 인공위성 등 우주 기술 개발을 지원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마친 후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서 수호이(Su)-35, Su-57 전투기 생산 공장을 둘러본 점에도 주목했다. 향후 러시아의 이들 분야 관련 지원이 북한 군사 현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의 경우 자국 육군 발사대와 호환 가능한 북한의 포탄에 관심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러시아 상대 탄약 지원이 향후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분쟁에 대비한 재고 확보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그는 봤다.
판다 연구원은 다만 러시아의 해양 핵추진 기술을 비롯해 북한의 미사일 기술 등을 두고 양국이 완전히 서로의 요구에 부응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며 “김정은과 푸틴의 밀착 강화 전망은 나쁜 소식이지만 종말론적이지는 않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관심을 러시아로부터 돌리도록 장려하는 일은 어렵지만, 미국은 최소한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를 다시금 심사숙고하도록 이유를 주기 위해 보유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판다 연구원은 특히 북미 정상급 대화가 이뤄졌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한이 제한적인 핵 양보의 대가로 부분적 제재 완화를 원했다며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를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여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을 경우 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한 북한의 협상 의지는 향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와 함께 비핵화가 아닌 핵 위협 감소 등도 북한과의 협상 전제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에 외교적인 숙고 계기를 줄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