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성 ( 시사 평론가, 전 브루클린 한인교회 부목사)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SVB이하 SVB)가 파산해서 금융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이 은행은 파산 직전 자산 규모가 우리 돈으로 260조 원이 넘어서는, 미국에서 16위로 준 메이저급이고 우리나라로 치면 메이저급 은행에 해당한다.
SVB가 망한 것은 은행이 부실 운영을 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이 은행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총 자산규모가 70조 원 규모의 작은 은행이었으나, 다른 은행과 합병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원래 작은 은행이어서 메이저급 은행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나 부실의 가능성이 싹이 텄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점포수는 적지만 자산이 많은 이유가 큰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서라고 한다. 일반인이 아닌 기술 및 벤처 중심으로 고객을 모아서 큰 규모의 예금이 많이 들어와 자산 규모가 커졌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자 은행에 갑자기 예금이 몰려들었고, 이 몰려든 예금을 가지고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은행도 나름 안전장치를 마련했는데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를 비롯한 채권을 많이 사 두었다. 만일의 경우 이 채권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채권의 이자율도 함께 올랐고, 채권의 이자율이 오른다는 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채권은 이자율이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간다.).
SVB가 안전장치로 사 두었던 채권 가격도 당연히 떨어져서 여기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되었고(총 투자금액의 10% 정도 손실 봤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금 여력이 떨어진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에 자금이 마르자 대량으로 예금했던 고객들이 대량인출을 시작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했고,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다.
SVB와 함께 미국 국내에서 위험한 상태에 내몰린 중소규모 은행 3개의 총 자산규모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의 리먼 자산액과 거의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는바, 미국 금융당국은 이 사태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즉시 개입해서 예금보증공사가 SVB를 인수해버렸다. 그리고 예금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보장한다고 선언함으로써 SVB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파다.
미 연준은 다음 FOMC에서 빅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 방안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으나 이번 SVB 사태로 25bp로 갈 가능성이 커졌으며 심지어 올해 안에 추가 인상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까지 거치면서 미국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고, 덩달아 미중 갈등으로 세계 경제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향해 내달리고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무역적자가 매월 기록을 갱신하면서 무섭게 늘어나고 있어 환율도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물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정부가 주도한 인플레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속하고 있다.
나라 경제가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오로지 아파트 가격 방어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한 마디로 우리나라 아주 끝장이 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12 상성)
*컬럼의 논조는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