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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뉴스

미국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 체포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소속 21세 남성 일병
“사진속 ‘화강암 탁자’ 덕에 유출자 잡았다”
NYT, 피의자 가족 인스타 계정 추적하다 ‘고유무늬’ 포착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흥들었던 미국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가 체포됐다. 범인은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소속 21세 남성 잭 테세이라로, 정보 업무를 담당했던 ‘일병’ 계급 병사로 밝혀졌다. 지난 6일 미 언론 보도로 기밀 유출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 일주일 만이다. 뉴욕타임즈 사진 전문가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은 수사로 규명되겠지만, 일개 하급 병사가 1급 비밀에 접근한 뒤 무더기 반출까지 했다는 점에서 미 국방부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유출 문건 분량이 당초 알려진 100여 쪽이 아니라 무려 350건이었다는 증언도 나와 파문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매사추세츠주(州) 노스다이튼의 한 주택에서 테세이라를 체포하는 장면은 CNN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FBI 요원들은 총기 등으로 무장하고 장갑차까지 동원해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갈런드 장관은 “FBI 요원들이 아무 사고 없이 테세이라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21년 10월부터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 기지에서 기술 지원 직원으로 일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에 본부가 있는 102 정보비행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테세이라가 지난해 7월 일병으로 승진한다는 내용도 나와 있었다. 앞서 WP는 전날 기밀 문건 첫 유포지인 디스코드의 비밀 대화방 소속 회원 두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유출자는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에서 닉네임 ‘OG’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튿날인 이날, 미 국방부와 법무부 등은 지난 6일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일반에 알려진 지 딱 일주일 만에 테세이라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FBI를 비롯한 미 사법당국은 기밀 문건 유출 목적과 경위, 단독 범행 여부, 유출된 문건과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문서의 조작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그를 스파이방지법 위반(기밀정보 무단 반출 및 국방정보 무단 보유·전송 등) 혐의로 14일 기소했으며, 유죄 시 반출ㆍ소지ㆍ전파한 문건 1개당 최대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어 산술적으로는 최대 수백 년의 형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테세이라는 같은 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법원에 출석했다.

이번 기밀 문건 유출 사태는 ‘최신 군사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돼 유독 충격파가 컸다. 거의 대부분 우크라이나ㆍ러시아 전쟁 관련 기밀들이었는데,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도 다수였다. 수사 당국은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서가 수백 쪽이라고 밝혔다. 디스코드 채팅방의 한 참가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그가 게시한 문서가 대략 350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일병 계급의 병사가 어떻게 기밀 문서를 그렇게 많이 다뤘는지, 적절한 보안 절차는 취해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용의자 검거에도 불구,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중국이 올해 초 러시아에 살상 무기 제공을 승인했고, (은밀한 지원을 위해) 군사 장비의 민간 물품 위장을 계획했다”는 내용의 기밀 문건이 추가로 공개됐다. WP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 작성한 2월 27일 자 1급 기밀 문서 요약본 내용”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도청을 통해 얻은 정보로 보이며, 다만 실행되진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 2월 말, 중국을 상대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대중 압박을 가한 바 있다.

한편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기밀문건 사진 속 탁자와 바닥 무늬가 뉴욕타임스의 유출자 추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 전문매체 페타픽셀 등에 따르면 취재팀은 피의자 잭 테세이라(21)가 체포되기 전부터 그의 온라인 게임 계정을 통해 가족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파고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시물들을 분석하던 NYT 취재팀은 테세이라의 고향 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서 익숙한 무늬를 발견했다. 바로 부엌 조리대의 회색빛 화강암 무늬였다. 놀랍게도 이 무늬는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 사진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무늬와 일치했다. 그가 고향집 조리대 위에서 문건을 찍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리대 아래에는 하얀색 타일 바닥이 깔려있기도 했는데, 여러 유출 사진 가운데 이 바닥 무늬가 찍힌 사진도 있었다.

NYT는 “테세이라의 게임 동료들이 미국 기밀 문건 유출과 연관된 온라인그룹의 ‘리더’를 밝히지 않았지만 NYT가 엮은 디지털 증거들의 흔적을 따라 테세이라를 추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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