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끌어내라’ ‘정치인 체포’ 등 명백히 잘못된 명령 수행에 징역 선고
‘시설물 방호’ 등 임무 무죄…‘햄버거 회동’ 참석자엔 ‘일시적 동원’ 판단
12·3 내란 당일 상부 명령에 따라 ‘계엄군’으로 투입된 군인들을 어디까지 처벌해야 할까. 최근 한국 법원이 ‘내란 공범’의 경계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권창영 종합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쳐 총 28명의 군인이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결론이 나온 20명 중 10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상계엄이 위법한 걸 알고도 가담했는지, 즉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렸다. 법원은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는지’ ‘상관으로부터 위법한 지시를 받았는지’ ‘부하들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렸는지’ 등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이를 판단했다.
계엄 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획을 알고 있었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1심에서 1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 곽 전 사령관만 징역 9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들이 윤 전 대통령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평시 계엄’을 선포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계엄이 선포됐을 때도 위법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들보다 아래 계급에서는 상관으로부터 ‘명백하게 위법한 지시’를 받았는지를 따졌다.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표결을 방해하라는 등 명령을 받았다면 계엄의 위법성을 알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곽 전 사령관의 직속 부하 3명은 내란 당일 각각 국회·선거관리위원회·여론조사꽃에 투입됐지만 1명만 유죄가 선고됐다. 국회로 갔던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은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를 부하들에게도 전달해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선관위와 여론조사꽃에 투입된 김정근 전 특전사 제3공수여단장·안무성 전 특전사 제9공수여단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시설물을 방호하라’ ‘가용 부대 출동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아 따랐다. 법원은 두 사람이 다른 여단의 임무를 즉각 공유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받은 명령은 위헌·위법임이 비교적 명백해 보이는 게 아니었고, 급박하게 하달된 상관의 명령이 적법하다는 걸 전제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법원은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고려했다. 이를 따라 위법한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정성우 전 방첩사 제1처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의 운명이 여기에서 갈렸다.
정 전 처장은 ‘선관위 서버를 떼오라’는 명령에도 부하들에겐 ‘어떤 장치도 지참하지 말라. 절대 건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반면 ‘이재명·한동훈·우원식을 체포해 구금시설로 이송하라’는 명령을 받은 김 전 단장은 실제로 체포조를 편성해 국회로 보냈다.
법원은 “임무가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부하들을 외면한 채 상부를 맹종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별다른 임무를 받지 않고 일시적으로 동원된 이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연락을 받고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제2기갑여단장,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부정선거 수사를 담당할 ‘제2수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으로 내정됐다. 법원은 노 전 사령관이 수사단 구성, 준비, 임무 전달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배제됐던 점을 고려하면 “명목상의 단장과 부단장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권창영 종합 특별검사팀은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검팀은 ‘내란 공범’의 경계를 더욱 넓게 판단해 ‘서강대교 회군’을 지시한 조성현 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 등 임무 수행에 소극적이었던 군인들도 기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