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예쁘다’까지 가져간 외국 화장품
유럽 중심 럭셔리 스킨케어 공식 흔드는 K뷰티
빠른 혁신·검증된 효능·상용화 능력 경쟁력으로
K뷰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새로운 성분과 기술을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하고 실제 효능을 중시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이 결합하면서 럭셔리 스킨케어의 경쟁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K뷰티 트렌드가 럭셔리 스킨케어의 미래를 재정의하다(K-Beauty Trends Redefining The Future Of Luxury Skincar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을 조명했다.
포브스는 전통적으로 스킨케어 시장에서는 유럽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중요하게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출신이나 명성보다 혁신성과 재생과학, 고기능성 성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포브스가 인용한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K뷰티 시장 규모는 2025년 1183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연평균 약 10% 성장해 2033년에는 252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북미가 가장 큰 시장 비중을 차지했다.
● “빠른 혁신에 효능까지”…K뷰티 경쟁력 주목
포브스가 먼저 주목한 것은 K뷰티의 빠른 혁신 속도다. 그랜드 에스테틱스의 소피 스미스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의 뷰티 생태계가 화장품 브랜드와 바이오테크 기업, 피부과 전문의, 에스테틱 클리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어 새로운 원료와 제형,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한국은 오랫동안 첨단 제형과 전달 시스템, 새로운 성분 개발의 최전선에 있었고 이는 전 세계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의료·에스테틱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미스는 “환자들이 클리닉에 와서 PDRN, 엑소좀, 펩타이드, 폴리뉴클레오타이드처럼 특정 성분이나 한국에서 나온 기술을 직접 언급하며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고를 때 실제 효능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준도 경쟁력으로 꼽혔다.
닥터멜락신의 김동현 사업부 책임자는 “제품은 단순히 매대에서 보기 좋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때문에 성공한다”며 “눈에 띄는 개선 효과를 꾸준히 보여주는 제품이 장기적인 신뢰를 얻고, 이런 높은 기준이 한국에서 성공한 스킨케어 혁신이 세계 소비자들에게도 통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 “과학을 제품으로 빠르게”…K뷰티의 힘은 ‘상용화’
K뷰티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는 연구와 기술을 실제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상용화 능력’이 꼽혔다.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데뷔(Debut)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조슈아 브리턴 박사는 일부 핵심 원료 혁신이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텍스처와 제형을 만드는 데 특히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외선 차단제다. 브리턴 박사는 한국의 자외선 차단제가 기술적인 발전뿐 아니라 가벼운 사용감까지 갖추면서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제품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규제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국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화장품으로 규제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취급한다”며 이 같은 차이로 한국의 제형 개발자들이 미국보다 다양한 자외선 차단 필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성분·제형 넘어 ‘재생 뷰티’로…AI·바이오가 바꿀 다음 10년
포브스는 K뷰티의 영향력이 화장품 성분과 제형을 넘어 이른바 ‘재생 뷰티’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는 기술 가운데는 눈에 보이는 노화의 흔적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피부의 회복 메커니즘과 장기적인 피부 건강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도 생명공학과 재생과학, 근거 기반 제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포브스는 이런 변화를 근거로 K뷰티가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지 않고 럭셔리 스킨케어의 미래를 형성하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브리턴 박사는 향후 10년 동안 AI와 생명공학이 결합하면서 집단별 피부의 생물학적 특성 등을 반영한 제품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뷰티 산업은 지금 우리가 아는 산업의 조금 더 나은 버전으로 발전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AI와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개선에서 성능의 비약적인 도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