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1992년 LA 폭동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피땀으로 일군 터전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그 간절한 마음 하나로 뉴욕과 뉴저지의 교회와 성당, 사찰을 누비며 무작정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 1996년이었습니다.
한인유권자센터로 출범해 2012년 시민참여센터로 거듭나기까지, 우리는 정확히 한 세대인 30년의 시간을 동포사회와 함께 달려왔습니다. 우리의 작은 외침은 동포사회의 단결된 힘으로 커져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2000년 성공적인 인구조사 캠페인으로 뉴욕 퀸즈 카운티의 한글 유권자 등록 및 투표 지원을 쟁취해 낸 것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2010년 인구조사 결과전 한인유권자센터의 노력으로 뉴저지까지 한글 투표 지원을 이뤄냈습니다.
나아가 2010년 인구조사 추진위 사무국으로서 뉴욕과 뉴저지 한인 밀집 지역의 선거구를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고, 현재 이 두 지역에서 한인 정치인이 주하원 의원으로 활약하며 당당히 주류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전국적인 연대를 조직해 연방하원 위안부 결의안(H.Res.121) 통과를 이끌었고, 2010년에는 펠리세이즈 파크 공립도서관 앞에 세계 최초의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습니다. 또한 4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13년 뉴욕 퀸즈 노던 블러바드의 불합리한 주차 금지 규정을 해제시켜 한인 상권의 생업을 든든히 지켜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토요어린이문화학교(1995~2006)와 고등학생 대학생 풀뿌리 인턴십(2004~현재)을 통해 차세대들이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커뮤니티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아울러 중국,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온 동포들과 손잡고 하나의 한민족 공동체로서 거듭나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2017년부터는 언어와 제도의 벽에 부딪힌 동포들을 위해 한인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대책위를 꾸려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민 1세대의 헌신과 노고가 저물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2세대 중심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1세대와 커뮤니티 사이에는 깊은 단절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시민참여센터는 지난 30년의 소중한 경험과 성취를 바탕으로, 이제 새로운 세대가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에 당당히 우뚝 서도록 이끌고자 합니다. 미국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동시에, 모국과 전 세계 한민족을 연결하는 거대한 허브로서 위대한
미래를 열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10월30일 시민참여센터가 걸어온 30년을 자축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30주년 갈라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이민진 님을 모시고 그의 신작 《아메리칸 학원》을 주제로 북 토크를 진행합니다. 우리 손으로 일궈낸 이민사의 궤적 속에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다음 세대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작가와 함께 뜨겁게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시민참여센터가 있기까지 아낌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신 동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걸어온 30년을 축하하고, 문학적 통찰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내일을 함께 그려가는 이 소중한 자리에 여러분을 정중히 모십니다. 부디 함께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고, 앞으로의 여정에도 따뜻한 격려와 후원을 더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찬 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