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청와대 비우자마자 “재제청 거부” 꺼내든 조희대···
“출구가 없다. 법관 생활하며 이런 건 처음 본다. 이 정도로 소통이 안되는 게 맞나 싶다.” (A 부장판사) “답이 없는 게임이다.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야 할 텐데, 그런 게 전혀 안 보인다.” (B 부장판사)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자 법원 내부에선 당혹감과 우려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 요구를 받은 뒤 한달 가까이 장고를 이어간 조 대법원장이 내린 결론은 다른 후보자를 고르거나 추천 절차부터 다시 밟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자체를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없다”며 거부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헌법은 대법관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할 뿐,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는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추천 절차는 두고 있지만, 제청 뒤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의 후속 절차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제청권과 임명권 사이 충돌을 해결할 명문화된 절차가 없는 탓에 과거에도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법원장과 청와대간 갈등이 계속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태가 극한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2023년 6월에도 퇴임을 앞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지명을 놓고 갈등이 일었다. 대법원장이 제청을 하기도 전에 윤석열 정권은 언론 등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는 임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논란 끝에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결국 윤 정권이 기피하는 인물을 제외한 후보자를 제청하는 선에서 사태를 봉합했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헌법적으로 아무런 규정이 없어서 어느 쪽이 맞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엔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서 계속 사전에 협의해 조율하고, 이후에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합의 후 제청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그 작업이 다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관은 “말이 점잖아서 그렇지 완전히 싸우는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실무진 차원에서도 얘기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이런 선택을 내린 데 대해 원칙주의자이자 헌법·법률을 중시하는 법률가적 면모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법상 행위의 절차 등을 하나씩 따져 이번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대법원장이 계속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걸 보면 제청권 문제가 사법 독립 문제라고 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장고를 거듭해온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를 꺼내둔 ‘시점’을 놓고서는 정치적인 해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권으로 떨어지고, 개각 국면에서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조 대법원장은 난국을 뒤로하고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차 청와대를 비우자마자 재제청 거부를 선언했다. 조 대법원장은 불과 하루 전인 지난 21일 김성수 대법관 임명식에 참석차 청와대를 찾았을 때 이 대통령과 대면했지만 재제청 얘기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는 후보자 제청에 이어 재제청 요구까지 거부하면서 양측간 대립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대법원에 재제청 요구 문서를 다시 마련해서 보낼 가능성은 낮다. 혹여 청와대가 요구 문서를 다시 보낸다해도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반박문을 내고 “지난달 28일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전자문서로 시행됐고, 국무총리가 부서했다”며 “그간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은 국무총리의 부서만으로 이뤄졌다”며 대법원 입장문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거부의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며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거부한 이상, 대법원장이 본인에게 부여된 헌법기관(대법관) 구성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다시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