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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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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무엇이 그토록 두려우랴

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두려움은 인간이 무언가를 이루는 과정에서 만나는 가장 근원적인 장애물이다. 실패에 대한 공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지금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사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간 사람이 시대를 바꾸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넬슨 만델라는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출소 후 그가 선택한 길은 보복이 아니라 화해와 통합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깊은 인종 갈등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가지 않기 위해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려 했다.

세종대왕도 마찬가지였다. 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반대가 있었지만 기득권의 저항을 두려워 하지 않고 백성이 자신의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라봤다. 그 결과 한글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자산 가운데 하나가 됐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특히 큰 시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노동과 창작의 경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신뢰를 흔들고 있다.
기후변화와 국제적 갈등, 거짓 정보와 선동까지 겹치면서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사람은 움츠러든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분노할 대상을 찾으며,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구호로 해결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민자와 소수자, 가난한 사람과 정치적 반대자가 희생양이 되기 쉽다.

미주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반이민 정서와 인종적 편견은 여전히 현실적인 불안이다.
자영업자는 물가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걱정하고 직장인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한다.
세대 간의 간격도 커지고 있다. 1세대는 2세가 한인사회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2세는 기존 한인사회가 자신들의 언어와 경험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 간격을 방치하면 1세대가 어렵게 쌓은 경험과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위기를 넘기려면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AI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이민법과 노동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익히며, 소상공인들이 서로 돕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2세대들에게도 참여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결정권과 지도자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에 앞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이기는 첫걸음은 무엇이 두려운지 정확히 말하는 것이다. AI가 두렵다면 배우면 된다. 이민정책이 걱정된다면 정확한 법률 정보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을 곳을 찾아야 한다. 세대 단절이 걱정된다면 서로의 말을 듣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

모든 변화를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우고 준비하고 연대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두려움은 고립 속에서 커지고 연대 속에서 작아진다.  미주 한인사회는 맨손으로 낯선 땅에 와서 수많은 파도를 건너왔다. 언어의 장벽을 넘었고,
차별과 경제위기 속에서도 가정을 세우고 상권과 교회와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우리의 역사는  두려움에 굴복한 역사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앞으로 걸어온 역사다.
반이민의 파도도, AI 혁명도, 경제불안도, 세대 단절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손을 잡고 정확한 정보를 나누며 다음 세대와 함께 길을 찾는다면 넘지 못할 파도도 아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살아 있고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그 두려움을 숨거나  미워할 이유로 삼지 말고, 배우고 연결되고 행동하는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
까짓것, 맨손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토록 두려우랴. 이번 추석에는 온 동네가 들썩이도록 축제를 벌이자. 우리의 문화와 존재, 그리고 함께 살아갈 미래를 세상에 당당하게 알리자. (동찬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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