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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수사권 완전 폐지, 70여년 사법체계 전면 전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국민적 동의 부족’ 우려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안은 오는 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하며 시행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여년 동안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여당은 “검찰 권력을 헌법과 국민 통제 아래로 돌렸다”고 자평했지만, 야당은 “법치주의 종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공소기각 요건도 추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은 직접수사는 물론 보완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 갖는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심사 과정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없을 경우 범죄 피해자·사회적 약자가 경찰의 부실수사에 제대로 구제받을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보완책을 추가했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을 경우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친 뒤 검사에 알려야 한다. 보완수사 기간은 필요하면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향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성범죄,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서는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보내도록(송치) 하고,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사 전체 자료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기록 의무화, 경찰 사건 불송치시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 부여 등도 보완책으로 포함시켰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요건도 추가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된 요건은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 2개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속 법령과 제도 정비까지 빈틈없이 챙겨 10월 2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이 안정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4시간 필리버스터 뒤 표결…여당선 2명 당론 이탈

보완수사권 폐지 개정안은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지난 9일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대표발의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2일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형사사법체계의 중대 변화를 예고하는 법안 심사가 발의되고 처리까지 채 한달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이 기간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은 들러리일 뿐 민주당이 짜놓은 일정표대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오른 뒤에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처리 저지에 나섰지만 이날 오후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국회법에 따라 종결시켰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된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178명 중 175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 1명이 기권했다. 민주당 당론 법안 표결이었으나,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반대표를,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다른 의원은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썼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검찰개혁 과정에서 정책 목표가 국가기관의 과도한 권한을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논의가 균형 있게 돼야 했었다”며 “특정 기관의 힘을 빼는 일이 정책의 결정적인 목표인 것처럼 논의가 흘러가버린 게 아쉽다”고 했다.

 여야 대립, 당-청 입장차 반복된 1년

이날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 마무리로 지난해부터 1년여간 단계적으로 이어진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입법이 일단락됐다. 정부·여당은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 소식을 올리겠다’는 정청래 전 대표의 지난해 8·2 민주당 전당대회 공약에 따라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같은 해 9월 우선 통과시킨 바 있다. 1단계 검찰개혁 입법을 매듭지은 정부·여당은 지난 3월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을 처리했고, 이날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 처리까지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갈등과 더불어 당-청 간의 긴장감도 수시로 고조됐다.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 처리 과정에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만든 정부안이 한차례 여당에서 ‘반려’되고, 이후 다시 제출된 정부안을 두고도 여당 내 강경파의 거센 반발 속에 대거 수정됐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도 기자회견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완수사권 일부 예외적 존치 필요성 수차례 언급했지만, 여당 내 강경한 보완수사권 폐지 여론이 결국 입법 ‘주도권’을 쥔 점도 임기 초반 당-청 관계에선 흔히 나타나지 않는 장면이란 평가가 적잖다.

이날 청와대는 성기홍 홍보소통수석 명의로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되고, 국민이 삶 속에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검찰개혁이 민주당과 여권 지지층의 오랜 열망이긴 하나, 그 열망을 이유로 전반의 입법 과정 관리가 집권여당에 걸맞지 않게 거칠었다”며 ”구체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는 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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