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2017년 시민참여센터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인 네일숍을 운영하는 업주였다. 그는 I-9 Form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직원을 채용할 때 반드시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 고용자격 확인 서류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사업을 운영하다가 벌금을 부과받았고, 몇 달 뒤 다시 실시된 감사에서도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결국 이민 절차까지 시작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특별한 사례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고용 단속을 핵심 이민정책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노동부 등 관계 기관은 고용주의 법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I-9(Form I-9) 감사도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자료 제출과 디지털 분석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많은 사업장을 효율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
문제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는가만이 아니다. I-9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오래된 양식을 사용했거나, 날짜나 서명 등 필수 항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당한 민사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부 오류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정할 수 있지만, 이를 제때 바로잡지 못하면 실질적 위반(Substantive Violation)으로 판단되어 사업체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인 사회의 현실이다.
2025년 여름 시민참여센터 대학생 인턴들이 한인 밀집 상권의 사업장 385곳을 방문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3명의 사업주가 응답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I-9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또한 응답 사업장의 약 80%는 I-9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 커뮤니티가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시민참여센터가 I-9 작성법과 자체 점검 방법을 안내하는 세미나를 열고 홍보물을 배포해도 참여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많은 사업주들이 우리 같은 작은 가게까지 단속하겠느냐 오랫동안 문제없이 장사했는데 괜찮을 것 이라며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설마라는 마음을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
재난관리와 위기관리 연구는 공통된 사실 하나를 보여준다. 경고가 울렸을 때 즉시 움직이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은 피해가 현실이 된 뒤에야 행동한다. I-9 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감사 통지서를 받고 나서야 서류를 찾기 시작하면 이미 늦을 수 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주는 수천 달러의 벌금을 감당해야 하고, 반복된 위반은 사업 운영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식당, 네일숍, 세탁소, 델리, 리커스토어, 소매업, 도·소매 유통업처럼 직원 교체가 잦은 업종은 서류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고용주의 의도가 문제가 아니라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감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시민참여센터가 계속해서 교육과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특정 업소 하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한인 자영업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여러 사업장이 동시에 막대한 벌금을 받거나 경영난에 빠진다면 그 피해는 개인을 넘어 우리 커뮤니티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준비다.
모든 직원의 I-9 서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최신 양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누락된 항목은 없는지, 필요한 재확인 절차가 빠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회계사나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 체계를 마련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시민참여센터와 같은 공익단체가 제공하는 교육과 세미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는 비용은 언제나 뒤늦게 치르는 대가보다 훨씬 작다.
우리 이민 역사는 준비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지켜온 역사였다. 오늘의 I-9 감사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의 단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준비 부족으로 피해를 키우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설마는 위기 앞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다. 한 장의 I-9 서류를 점검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사업을 지키고,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며,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적 기반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동찬 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