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개신교우파’ 펴낸 종교사회학자 강인철
“정치적 갈등을 선악 구도로 파악 민주주의 체제 전복할 위험성”
“개신교우파 정치적 성공이 종교적 실패될 수도”
강인철 전 한신대 교수는 “신앙의 이름으로 정치적 적대가 강화되고 교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교회 바깥의 시민들은 오히려 종교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인철 교수 제공
강인철 전 한신대 교수는 “신앙의 이름으로 정치적 적대가 강화되고 교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교회 바깥의 시민들은 오히려 종교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인철 교수 제공
한국 개신교는 언젠가부터 정치 뉴스의 단골 주어가 됐다. 차별금지법 논란과 탄핵 반대 집회, 종교단체의 정치개입 의혹까지 한국 사회가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보수 개신교 세력은 반복적으로 소환됐다. 혹자는 일부 극우 목사의 돌출 행동으로 본다. 하지만 종교사회학자 강인철 전 한신대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주변부의 일탈이 아닌, 제도권 보수 개신교가 오랫동안 형성해 온 흐름의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강 전 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개신교우파>는 이 흐름의 형성과 작동방식을 해부한 책이다. 그는 개신교우파를 “기독교국가 건설을 목표로 극우 정치화된 극우·보수 연합”으로 규정한다. 조직화한 극우 개신교 세력이 앞에서 끌고, 보수 성향 개신교인들이 국면에 따라 동조하면서 만들어지는 넓은 정치적 연합체라는 뜻이다.
강 전 교수는 1996년 발표한 <한국 기독교회와 국가·시민사회> 이후 한국의 종교와 국가·정치의 관계에 천착해 온 연구자다. 지난해 하반기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2부작을 내놓은 뒤 6개월 만에 이번 책을 낸 것은 시급성 때문이었다.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2024년 12월 이후 친위쿠데타, 내란 옹호와 윤석열 탄핵반대를 주도했던 개신교 극우정치의 위험을 규명하는 게 너무 중대하고 화급한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전 교수의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전광훈·손현보 같은 특정 인물보다 그들을 가능하게 한 토양이다. 그는 한국 개신교우파가 출현하기 시작한 시점을 2003년 무렵으로 본다.
“초기 개신교우파를 앞장서 만든 장본인들은 개신교 주변부 인물들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와 초대형 선교단체 목사들이 주도한 현상이자 운동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탄핵반대 집회에 전광훈 목사가 참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해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탄핵반대 집회에 전광훈 목사가 참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즉 개신교우파의 힘은 일부 돌출 인물의 개인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강한 반공주의와 해방 이후 장기화된 특권적 정교유착 체제, 제도권 보수 개신교 내부의 권력 질서 속에서 길러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광훈, 손현보는 예외적 주변부라기보다 그 구조가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수 개신교와 극우 개신교는 어디서 갈라질까. 강 전 교수는 그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거리를 두는 듯 보이다가도 특정 국면과 쟁점이 등장하면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 추세가 보수·극우 개신교의 거리를 축소시키는 강력한 구조적 힘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보수 개신교와 극우 개신교의 거리는 좁아지고, 개신교우파의 연합은 더 강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전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개신교 우파의 신학적 세계관에 주목한다. 그는 이번 책에서 신학적 분석의 비중을 늘렸다. 내란옹호 같은 겉모습만으로는 개신교우파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종말론적인 영적 전쟁론과 통치신학의 결합이 있다. 정치적 갈등을 정책 경쟁이 아닌, 선과 악의 전쟁으로 보고 정치적 행동을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이때 정치는 타협의 장이 아닌 전쟁터가 된다. 정치적 상대는 물리쳐야 할 악의 세력으로 바뀐다. 강 전 교수는 “세속주의적·자유주의적 정부를 사탄의 배후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사악한 정치체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종종 민주정부에 대해 저항적이고 전복적인 성격을 띨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절차와 규칙이 신앙의 이름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개신교우파의 움직임이 일시적·우발적 정치 동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기독교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이들의 정치 참여가 항구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치권력 장악만이 아니라 미디어, 가정, 비즈니스, 교육 등 시민사회 주요 영역에 대한 지배도 추구한다. 강 전 교수는 이 같은 시도가 전체주의 체제의 핵심 특징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극우적이지 않은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한교총 같은 초교파 단체가 극우파와의 절연을 공개 선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은 분명하지만 불행히도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아요. 결국 교회 개혁세력이 주도하는 개혁·진보 연합이 구축되고 이 연합에 의해 합리적 보수 개신교 세력을 견인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그는 또 “극우파에 반대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침묵하는 다수’인 평신도의 비판적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전 교수의 전망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개신교우파의 정치적 영향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교회들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성공이 개신교 전체의 종교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특히 무종교인이 다수인 사회에서 개신교우파의 정치적 행보는 반개신교 정서를 넘어 반종교 정서까지 키울 수 있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치적 적대가 강화되고, 교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교회 바깥의 시민들은 더 멀리 물러선다는 역설.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가장 큰 경고다. <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