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 수장 인선 계기…백악관 내 권력다툼 표면화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인사인 일론 머스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막말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퍼스트 버디’와 ‘떠오르는 실세’ 간 권력 다툼이 표면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액시오스는 23일 두 명의 목격자와 사안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 머스크와 베선트 장관이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고 보도했다. 무려 트럼프 대통령 눈앞에서였다.
다툼의 원인은 국세청(IRS) 수장 인선이었다. 머스크와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국세청장 자리를 두고 각각 ‘헌터 바이든 내부고발자’ 게리 섀플리와 마이클 포켄더 재무차관을 미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 중 머스크가 택한 섀플리를 지난 16일 국세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베센트 장관이 포켄더로 선택을 바꾸도록 설득했고, 이 과정에서 17일 두 사람이 대면하며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베선트가 머스크와 맞서기 시작하며 “‘F(비속어) 폭탄’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언쟁이 너무 격렬해 한 보좌관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분리해야만 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머스크에게 “엿이나 먹어라(F**k you)”라고 소리쳤고, 머스크는 이에 “더 크게 말해보라”라고 맞섰다. 양측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업무를 비롯해 헤지펀드의 전설이라는 베선트 장관의 별명을 들먹이며 다툼을 이어갔다.
한 목격자는 당시 광경을 “두 억만장자 중년 남성이 마치 웨스트윙에서 프로레슬링(WWE)을 하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눈앞에서 벌어진 다툼은 그들이 복도로 나간 뒤에도 계속됐다.
[워싱턴=AP/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문제와 관련해 ‘빅딜’을 달성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2025.04.24
[워싱턴=AP/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문제와 관련해 ‘빅딜’을 달성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2025.04.24
표면은 국세청장 인선이지만 이번 충돌은 트럼프 행정부 내 입지를 다투는 ‘권력 싸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행정부 당국자는 “시비를 가리려는 싸움이 아니었다. 지배력이 걸려 있었다”라고 전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베선트 장관이 지지한 포켄더가 새로이 국세청장 대행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섀플리를 대행으로 임명한 지 불과 며칠 만이었다.
분쟁이 베선트 장관의 1승으로 끝난 가운데, 향후 백악관 내 권력 이동은 여전히 관심사다. 양측이 관계를 회복하려는 낌새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스콧(베선트)이 그 판에서는 승리했다”라면서도 “나라면 머스크 같은 사람을 적으로 두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불편한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재무장관으로 하워드 러트닉 현 상무장관을 밀었으나 베선트 장관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전폭 후원하며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베선트 장관의 경우 초반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최근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을 이끌어내며 떠오르는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