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타운뉴스

종전 협상 ‘키’ 잡은 트럼프…푸틴 ‘판정승?’

‘나토·영토’ 러 주장 수용하나…우크라엔 ‘비싼 청구서’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우크라 대선 실시 주목

200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 시간) 만 3년을 맞는다. 사흘 만에 끝날 것이란 처음 예상은 빗나갔고 이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가장 치명적인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쟁은 지난달 20일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개전 후 첫 미·러 정상 접촉이었던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미러 고위급 회담은 그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초기 협상에서 배제되면서 ‘패싱’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내용 측면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3년을 버틴 것이 무색하게 푸틴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으론 복잡한 방정식에 최종 종전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년간 교착상태였던 종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분수령을 맞았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지난 12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했던 날 헤그세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했고,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모든 영토를 되찾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항을 들어준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일부 장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맞교환하는 것을 제안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는데 러시아는 이를 일축했다.

미·러는 지난 18일 리야드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어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우크라이나는 초대받지 못했다. 미러는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협상단을 각각 구성하기로 했다. 또 상호 대사관 인력을 복원하고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등 양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합의했다.

리야드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미러 양자 관계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소외시킨 것에 대해 즉각 불만을 토로했다. 회담 하루 뒤인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 일정도 3월로 연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협상 결과는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지원헀던 자금에 대해 희토류 지분 50% 등을 요구하는 등 ‘비싼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유럽에 대해선 앞으로 유럽 방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 주요 8개국(G8) 복귀를 지지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EU도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언젠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 G8 퇴출은 실수”라며 “만약 러시아가 G8에 남아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러시아가 다시 복귀하길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G8에서 퇴출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는 더 많은 영토를 점령했기 때문에 더 많은 카드를 쥐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무언가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반(反)우크라이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에 “잘못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종전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대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로 희망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생산적인 결과를 위해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기 전에 만남은 없을 것”이라며 진전이 있을 때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 및 정권 교체 여부도 종전 과정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휴전 ▲우크라이나 선거 ▲평화협정 등 3단계 종전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하지 않는 독재자”라고 부르며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허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 역시 러시아 측의 요구와 일치한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임기가 만료돼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하에서 선거가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까지였던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압박을 버틸지는 모를 일이다. 우크라이나가 계엄령 해제 시기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도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실시하게 된다면 계엄령 해제 및 선거 개시 발표 후 대선은 90일 이내, 의회 선거는 54~60일 이내, 지방선거는 5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국내외 이주, 투표 인프라 파괴 등 전쟁 특수성 때문에 다소 지연될 수도 있다.

대선 후보로는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대중의 신임이 높은 발레리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등이 나설 수 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에 동유럽에 주둔 중인 나토군 철수를 요구했다는 루마니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Related posts

‘아케고스 사태’ 빌 황, 첫 재판서 혐의 부인…”가치 투자한 것”

안동일 기자

“대지가 목이 탄다” 뉴욕시, 22년 만에 ‘가뭄 경보’

안지영 기자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52)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