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들 ‘줄 서기’… 민주 “범죄 현장에 돌아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연방 의회를 찾았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지지자들을 부추겨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2021년 1월6일 그 어두운 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트럼프는 영웅과 같은 환대를 받았다.” 고 전했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자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엄청난 단합”을 이뤘다고 자찬했지만,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던 1·6 의회 폭동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의회 인근 캐피털 힐 클럽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78번째 생일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뉴욕타임스(NYT)는 1·6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를 주도했던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등이 트럼프 진영에 의해 쫓겨난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만한 의원들은 자취를 감췄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들은 유죄 평결을 받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을 포함해 네 건의 재판 피고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저지하는 데 의회의 권한을 사용할 것을 다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일사불란한 지지는 상원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2020년 대선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것은 처음으로, 두 사람은 주먹인사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널 대표는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회동을 했다. 3년 전 의회가 공격당한 직후에 나는 트럼프를 포함해 누구든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상원의원들은 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에게 11월 대선에서 이겨서 47대 대통령이 되라는 의미로 ‘45’와 ‘47’ 숫자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도 준비했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둔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의회 행보를 당의 ‘통합’을 과시하려는 계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에 대해 “아마도 이 방(의회) 안에 있을 것이다. 내게는 퍽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
위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의회에서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뒤 의원들에 둘러싸인 채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개최지인 위스콘신 밀워키에 대해 “끔찍한 도시”라고 한 발언이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캠프는 밀워키의 높은 범죄율과 2020년 대선 공정성 논란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트럼프 전 대통령에 견제구를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미국프로농구(NBA) 우승팀인 밀워키 벅스의 사진과 함께 “나는 밀워키를 사랑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바이든 캠프는 1·6 의회 폭동 장면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오늘 내란 사태의 선동자가 범죄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