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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여섯 ‘현역’ 김남조 시인 별세…“시는 평생 날 이기기만 해”

향년 96…종교적 사랑과 생명 화두로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김남조 시 ‘사랑, 된다’ 부분)
모윤숙, 노천명을 이어 해방 후 ‘여류시인’의 계보를 구축했던 김남조 시인이 별세했다. 종교적 사랑과 생명 윤리를 화두 삼은 시인생활  74년,  향년 96세.

1927년 10월 대구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전쟁 중인 1951년 서울대 사범대(국문학)를 졸업했고, 졸업 직전부터 마산고에서, 이후 이화여고,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수’, ‘잔상’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펴냈다.

네 형제자매가 장성 전 모두 사망한 것과 같이 시인은 가족과 친지의 숱한 죽음 곁에서 성장했다. 시인 스스로 “병풍처럼 에워싸는 죽음들”이라며 “내 삶과 나의 문학에도 적잖은 상관을 맺어 오고 있”다고 말해왔다.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심장이 아프다’, ‘충만한 사랑’ 등 19권에 이르는 시집, 그 밖의 수필집 등을 통해 기독교적 정서와 신앙의 경지를 추구해왔다. 최장수 현역 문인으로 마지막 펴낸 열아홉번째 시집이 2020년 아흔셋 삶을 정제한 ‘사람아, 사람아’다. 당시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나는 시인 아니다.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 시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시여’라며 오늘에 이른 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라고 썼다.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대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고, 한국가톨릭문인회장,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1990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다.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김세중(1928~1986)씨. 유족으로는 아들 김녕(김세중미술관 관장)·김범(설치미술가)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12일이다.

“환하게 환하게
내 영혼을 지나가는 이의
지나만 가시어도
눈물나는 이의
바람도 못 흔드는
주홍 옷자락”

<촛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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