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여성생활

<기자 노트북> 모자(帽子) 유감

“서양에서 여자들 모자는 의복의 일부분, 교회 안에서도 착용 가능”

안지영 기자

천주교 신자인 기자의 본당은 성전이 복층으로 되있어 미사에 조금 늦었을 경우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참례하면 되기에 지각쟁이의 민망함을 줄여주는 친절하고 고마운(?) 구조의 성전이다.

지각을 하지 않더라도 2층에서의 조망식 미사 참례는 어딘지 모르게 신선한 느낌이 들곤 한다.
오늘도 필자는 2층에서 미사참례를 했다. 내려다 보니 미사포를 쓴 자매님들도 대 여섯명 쯤 돼 보이고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모자를 곱게 착용한 자매님들도 꽤 보였다. 내눈에는 미사포를 쓴 자매님들의 모습이 곱기 그지 없다.  단아하게 모자를 쓴 자매님들을 바라보는  모자 애호가 내눈에는 꿀이 떨어지고…

두 달 전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9월의 어느 주일, 기자는 페도라 스타일의 보라색 모자를 쓰고 미사에 참례했다.
그 날은 예비신자들의 ‘받아들임 예식’ 이 있는 날이라 필자는 맨 앞쪽에 자리를 잡고  사전에 부여 받은 사진촬영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받아들임 예식이 끝난 후 헌금을 하고 일단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앉아 있는데 연세 지긋한 형제님이 헌금 후 내 앞을 지나며 무어라 말하는 것이었다. 성가대 노래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네?’ 하고 다시 물었더니 형제님 , “거, 모자 좀 벗을 수 없어요? 내가 30년 넘게 성당 다니면서 미사 중에 모자 쓴 사람 본적이 없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패션의 완성은 모자라고 여기는 필자에겐 일종의 모욕감으로 다가오기 까지했다. 예수님 앞에 가장 고운 모습으로 서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나 그 형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인가, 나의 모자가 그 형제로 하여금 분심을 일게 했으니 과연 이는 내 잘못인가, 그 짧은 순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들을 일단 접고 미사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리고 영성체를 하면서 그 형제의 마음도 누그러지고 오해도 풀리게 되길 조심스레 청했다.
미사가 끝난 후 나는 수녀님께 달려가 성당에서의 모자 착용에 대해 여쭸고 코린트서에서 바오로 사도 또한 전례 중엔 여성들이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수녀님은 말씀해주셨다. 그런 차원에서 서양 문화권에서는 교회내에서 여성들의 모자 착용 또한 그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이 일로 주일에 바쁘신 신부님 까지 붙들고 더  여쭤 보기도 좀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교회 내 모자 착용은 여성신자들의 선택사항

Uscatholic.org (미국 천주교협의회) 의 설명에 의하면 1917년 브터 1983년까지 캐논로우 (교회법) 1262항에 의거, 여성들은 미사 중 채플베일, 즉 미사보를 착용하거나 모자로 머리를 가려야했다. 반면에 교회내에서 남성들의 모자 착용은 금지됐다.
그러나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교회법이 일부 수정되면서 여성들이 미사포 또는 모자 등으로 머리를 가리는 것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다.
그렇다면 미사 중의 모자 착용은 내 선택이지 누가 벗으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실은  3년전  예비신자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어느 주일, 단아한 클로슈 스타일(1920-30년대 이브닝웨어로 인기있었던 종 모양의 모자로 스카프, 브로치 장식이 특징)의 모자를 쓰고 미사에 참례 했는데 어느 할머니 자매님이 필자에게 다가 오더니 “ 미사 중엔 미사보 외엔 머리에 아무것도 쓰는게 아니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필자의 예비 대모님이 “자매님, 서양에서 여자들 모자는 의복의 일부분이라 교회 안에서도 착용 가능하답니다. “ 라고 말씀 하셔서 나를 구해준(?)적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오해는 한국 천주교와 서양 천주교 사이의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한 것 같다.
한국은 유교적 전통이 있어 어른들 앞 또는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하는 예절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한국의 성당에 가면 여성 신자들 대부분은 미사포를 쓰지 모자를 쓴 자매들은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교리 과정에서도 미사 중 모자는 쓰지 않는다고 가르친다고 한국에서 교리를 마친 후배가 말해줬다. 그래서 한국에서 신앙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이민 온 1세대의 경우, 필자 처럼 모자를 착용한 여성 신자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기도하는 모양이다.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지 않으려면 차라리 머리를 밀어버리라는 내용의 바오로 사도의 코린트 1서 11장 2절 부터 8절까지 말씀은 여전히 논란이 많은 부분이긴 하지만 그에 의하면 머리에 여성들이 무언가를 안 쓰는게 문제이지 써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주일 미사에는 크게 예절에 벗어나지 않는 이상 가장 멋진 모습으로 하느님을 뵈러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사 중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볼 것, 교우들의 의상으로 분심을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토요일 저녁이면 열심히 예쁜 모자를 골라 둘 예정이다. 그건 내 작은 행복이다. (11/14 지영)

    미사포를 예쁘게 쓴 우리시대  대표 미녀 두사람. 이름 생략.  모자 라면  또 다른 예쁨일텐데.  

Related posts

<제이미와 함께 신명 피트니스> 헤어지면 남남, 감동하는 마음

안지영 기자

특별연재 <구술 수기>  “하나님은 분명코 아신다.”(4)

안동일 기자

“너무나 당연한 이 독해를 얻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