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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콜럼버스의 날의 기원

 김 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어제 10월 12일 월요일은 콜럼버스의 날 이었다. 동시에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기리는 주와 도시도 해마다 늘고 있다. 하나의 날짜에 두 개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1492년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적 학교에서 우리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1492년 10월 12일 그가 내린 바하마의 섬에는 이미 타이노족이 터전을 잡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그 섬을 과나하니 라 불렀다. 사람이 이미 살고 있던 땅을 발견 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 땅의 진짜 주인들은 역사 밖으로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아시아에 도달했다고 믿었다.
원주민을 인디오라 부른 것도 그 착각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자신이 어디에 왔는지조차 몰랐던 사람을 과연 발견자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원주민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지는 그의 항해 일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는
원주민들이 순하고 무기를 모른다고 적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들은 좋은 하인이 될 것이며, 적은 병력으로도 쉽게 복속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원주민을 동등한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길들여 활용할 수 있는 가축 자원으로 본 것이다.

이후 히스파니올라의 총독이 된 콜럼버스는 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원주민들에게 금 공납을 강요하고, 채우지 못하면 가혹하게 처벌했다. 1495년에는 수백 명의 타이노족을 스페인에 노예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강제 노동과 폭력, 유럽에서 건너온 전염병이 겹치면서 타이노 사회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최대 추산 800만명이 멸족하고 말았다. 1500년 스페인 왕실이 그를 쇠사슬에 묶어 본국으로 송환한 사실은, 그의 잔혹한 통치가 당대의 기준에서도 용납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이 어떻게 위대한 개척자로 포장되었을까? 콜럼버스 신화는 대부분 19세기 미국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영국과 결별한 신생 미국에는 영국 색채가 없는 영웅이 필요했고, 컬럼비아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채웠다. 1828년 작가 워싱턴 어빙은 모두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절, 홀로 맞선 선각자라는 허구를 퍼뜨렸다. 그러나 1492년 당시 교양 있는 이들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892년 콜럼버스 400주년 기념식은, 뉴올리언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11명이 집단 린치를 당한 이듬해에 열렸다. 차별받던 이탈리아계와 가톨릭 이민자들에게 콜럼버스는 우리도 이 나라의 시작에 함께했다는 소속의 증표였다. 1934년 연방 기념일 지정은 그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였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기독교 국가가 발견한 땅의 원주민은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는 발견의 교리가 깔려 있었다. 1823년 미 연방대법원이 판결에 끌어들였던 이 잔재를 바티칸은 2023년에야 비로소 공식 철회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역사를 어떻게 다시 바라봐야 할까?
첫째,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 발견과 신대륙은 유럽의 시선에서 바라본 정복자의 언어다.도착과 조우 그리고 정복이라 불러야 비로소 그 땅에 살던 이들이 역사의 주체로 돌아온다.

둘째, 영웅과 악당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그의 항해술과 대담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시에 그가 인간 노예화와 학살의 길을 열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한쪽을 지워버리는 기념은 역사가 아니라 선전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이 역사를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근대화를 시켜주었다는 식민 지배의 논리가 피지배자의 고통을 어떻게 은폐하는지 역사적 기억으로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우리 역시 이 땅에서 소속감을 증명해야 하는 소수계다. 그러나 나의 소속감과 자리를 누군가의 상처와 지워짐 위에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은 미국의 근본 가치인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투표에 열심히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이 땅 원주민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일은 미국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약속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올해 10월 부터, 우리 한인 공동체도 그 약속의 편에 함께 서기를 기원해 본다.(동찬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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