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해줘요” 말 끝나자 서로 부딪히기도
글로벌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중국기업들이 차지
“자, 지금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두 대가 잇따라 국정감사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6일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하자 사람의 앉은 키 정도 되는 로봇 두 대가 출입구를 통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하나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다른 하나는 에지봇의 ‘X2’다. 이 의원이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하자 가슴에 ‘GAZE AI’라고 써 있는 로봇이 이 의원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한 로봇은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술 동작을 보여줬다. 다른 로봇은 신나게 막춤을 췄다. 송기헌 위원장이 “잘 봤다. 이제 퇴장해달라”고 말했을 땐 로봇들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조금 더딘 모습이었다. 두 대가 서로 부딪히고 책상에 가로막힐 뻔도 했지만 금세 자세를 잡고 들어왔던 입구로 걸어나갔다.
이 로봇들은 이 의원이 중국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피지컬 AI(인공지능) 고도화 현장을 목격했다고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1만3318대로 1년 전에 비해 480% 증가했다. 글로벌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중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특허 점유율도 중국은 60.8%로 상승했지만 한국은 4.6%로 떨어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특허는 중국이 66.3%, 한국은 8.8%였다.
이 의원은 한국의 제조업 현장을 데이터 축적과 기술 고도화의 무대로 적극 활용해 피지컬 AI 경쟁력으로 신속히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중국에는 완성형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기업이 160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600개 이상 된다고 한다”며 “중국은 연간 3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치면 6조4000억원 가량이 해마다 로봇산업에 투자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국내 AI 기업 중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기업은 1.9%인 53곳에 불과하다”며 “절반 이상은 외부 투자를 단 1건도 유치하지 못했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로봇의 화려한 동작에 매몰될 게 아니라 중국이 방대한 데이터를 쌓으며 5년, 10년 뒤를 준비하고 있다는 본질을 봐야 한다”며 “부러움은 추격의 에너지로, 비판은 실용화의 질문으로 바꿔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이) 로봇 경쟁력에 있어서 중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가 더 이뤄져야 된다”며 “피지컬 AI를 단순히 춤추는 로봇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정말 쓸 수 있는 정도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보고, 로봇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