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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맨하탄 6번가를 물들인 K-컬처, 그리고 한인 공동체가 나아갈 길

김동찬 (뉴욕 시민참여 센터 대표)

지난 10월 3일 토요일, 뉴욕 맨하탄의 중심이 다시 한번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6번가 38가에서 출발해 한인 상권의 심장부인 32스트리트를 거쳐 27스트리트까지 이어진 코리안 퍼레이드와 32가 블록파티가 개천절의 의미를 더하며 성황리에 개최됐다.

뉴욕한인회와 한국일보가 1980년대부터 다져놓은 기틀 덕분에, 우리는 뉴욕시 도심 한복판에서 당당히 우리만의 퍼레이드를 펼칠 수 있는 큰 자부심을 누리고 있다. 맨하탄 한 가운데서의 퍼레이드는 아일랜드계, 그리스계, 스코틀랜드계, 유대계, 푸에르토리코계, 흑인 커뮤니티, 도미니칸계, 독일계, 폴란드계, 이탈리아계, 멕시코 및 히스패니계, 중국계 등 뉴욕의 내노라하는 쟁쟁한 커뮤니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장 작은 규모의 소수계이지만 가장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낸 것은 단연 우리 한인들이었다.

특히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의 서영민 교수와 학생들이 시민참여센터의 배너를 맨 앞에서 이끌며 열정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행렬의 흥을 돋웠고, 뉴욕의 다채로운 군상들에게 한인 사회의 생동감을 각인시켰다.
여기에 뷰티 업계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KISS사가 직접 참여해 K-Beauty 제품을 나누어주자, 행사장 주변은 폭발적인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많은 타민족 외국인들이 상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풍경은, 이역만리 뉴욕에 불어닥친 한류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축제의 열기 속 한편에는 씁쓸한 현실의 명암도 교차한다. 그동안 우리는 방송과 SNS를 통해 세계를 매료시키는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보아왔지만, 이역만리 이민 사회의 현장에서 이를 온전히 담아낼 그릇은 늘 부족했다. 한인 커뮤니티 역시 한국의 문화를 소비하는 데 급급했지,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이 거대한 한류의 에너지를
커뮤니티의 성장 동력으로 환원하지 못했던 것이다.

돌아보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인청과협회가 주최한 추석맞이 잔치에는 수만명이 몰려들며 뉴욕을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스몰 비즈니스를 하던 이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한때 뉴욕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한인 협회들과 공동체 행사들은 안타깝게도 규모가 축소되거나 역사의 뒤로 사라져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한인들의 경제적 규모와 전문직 진출은 과거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 그러나 그 막강해진 경제력이 한인 공동체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히스패닉 커뮤니티나 흑인 커뮤니티의 행사를 보면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커뮤니티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존재들이 있다. 라티노들을 하나의 거대한 소비·문화 공동체로 묶어낸 식품 기업 Goya Foods가 있고, 흑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탱하는 OneUnited Bank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영리 기업을 넘어, 커뮤니티의 행사가 거대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든든한 ‘큰손’이자 구심점이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통한 정치력 신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한인 커뮤니티의 외연을 넓히고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성공한 한인 기업가들과 리더들이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역만리 뉴욕에서 한인의 얼굴을 뚜렷이 드러내는 축제의 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후세들에게 당당한 유산을 물려주는 일에 성공한 기업가들의 통 큰 리더쉽이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의 경제력과 한류의 저력이 만날 때, 뉴욕 속 한인 커뮤니티는 진정한 황금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찬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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