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제유 수출 여전히 40%↓…러시아 공급 감소도 겹쳐
중동→中 유조선 운임 5배 급등…에너지발 인플레 압력 지속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중동의 정제유 공급 부족과 후티 반군의 해상 운송 위협,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등이 겹치면서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미국의 금리 상승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선물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4.4% 오른 배럴당 102.3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41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2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이날 5.233%로 소폭 하락했지만 최근 한 분기 상승 폭은 1994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넘어섰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군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면 국제유가가 하락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동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보다 7% 적은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제 석유제품 공급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JP모건에 따르면 중동의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수출은 전쟁 이전보다 약 40%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가 경유 수출을 줄인 것도 공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상 운송 비용도 급등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으로 일부 유조선이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하거나 호르무즈해협 밖에서 원유를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대형 유조선이 장기간 운송에 묶이면서 운임이 치솟았다. 아거스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약 21일간의 비용은 최근 원유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전쟁 직전 7달러 미만의 약 5배로 뛰었다.
이란이나 예멘 후티 반군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 3척이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중국과 유럽, 미국의 원유·연료 재고가 감소한 점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전쟁 초기 시장 충격을 흡수했던 재고가 줄면서 추가적인 공급 차질에 대응할 여력이 감소한 데다 향후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제유 가격 상승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뉴욕 시장에서 경유 선물 가격은 최근 원유 가격의 약 두 배 수준까지 올랐으며 경유와 원유의 가격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물가와 금리에도 추가적인 압력이 될 수 있다. 연료비 상승이 운송과 농업 등 산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UBS의 아렌드 캅테인 글로벌 경제·전략 책임자는 “중앙은행의 관점에서는 원유뿐 아니라 정제 석유제품도 중요하다”며 “정제제품의 수급은 매우 빠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채권시장은 이미 인공지능(AI) 관련 채권 발행 증가와 대규모 재정적자,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