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강아지 영화”… 각본의 가제 반려견 ‘찰리 이야기’
“‘오디세이’는 그야말로 궁극의 강아지 영화입니다. 반려인이 된 덕분에 최고의 강아지 영화를 찍을 수 있었죠.”
고대 그리스 서사시 혹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다룬 영화 ‘오디세이’(8월5일 개봉)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이번 작품 제작에 반려견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오디세우스의 사냥개 ‘아르고스’가 20년 만에 돌아온 주인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뭉클한 장면이 원작 그대로 담겼다.
놀런 감독은 지난달 20일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대학을 간 뒤 난생처음 개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늘 개를 키우고 싶어했는데, 워낙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동안은 키울 수가 없었다”면서 “개를 키우게 된 덕분에 영화를 만들 준비가 더 잘 돼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입양한 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으로, 이름은 ‘찰리’라고 한다. 놀런 감독은 영화 제작 동안 각본 가제 또한 반려견 이름을 따 ‘찰리 이야기’(Charlie’s Tale)란 제목을 사용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그의 반려견 ‘찰리’.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10년간의 여정을 그린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작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전쟁 트라우마·가부장적 폭력 등을 그리며, 단순한 영웅의 귀환기를 넘어서는 현대적 해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궁극의 강아지 영화”라는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의 도입부와 클라이맥스에는 개가 등장한다.
영화 초반 오디세우스는 충실한 하인 ‘에우마이오스’와 사냥개를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 새끼 강아지들을 절벽으로 던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에우마이오스 역을 맞은 배우 존 레귀자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다 나 영화 역사상 가장 미움 받는 캐릭터가 되겠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놀런 감독은 해당 장면은 “영화 제작 초반부터 구상한 장면이었다”면서 “이 세계가 얼마나 거칠고 잔혹한 곳인지 관객들에게 단번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 고대 사회에서는 약한 개체를 도태시키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다행히 후반부 아르고스의 등장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재회 장면으로 이어진다. 20살이 넘은 아르고스는 거름 더미 위에서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걸인으로 변장한 자신의 옛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주인의 귀환을 확인한 아르고스는 곧 숨을 거둔다. 이 장면은 원작 가운데서도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이며, 서양 문화사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 아르고스 역을 맡은 개는 실제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키워졌던 견종 ‘포르투갈 포덴고’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 견종으로, ‘포덴고’란 포르투갈어로 토끼 사냥꾼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영화 속에서도 아르고스는 사낭개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아르고스 역을 맡은 개는 실제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키워졌던 견종 ‘포르투갈 포덴고’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영화에서 아르고스 역을 맡은 개는 실제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키워졌던 견종 ‘포르투갈 포덴고’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한편 고대 인간과 끈끈한 유대감을 맺었던 동물이 개뿐이 아니라는 연구자의 설명도 있다. 최근 수잔나 필리포 호주 뉴캐슬대 강사는 과학잡지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아르고스는 고대 그리스의 깊은 인간-동물 관계를 반영한다’는 글에서 ‘오디세이아’에서 식인 거인 키클롭스는 자신이 아끼는 양을 애칭으로 부르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거위를 반려동물로 기른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또 호메로스의 다른 작품인 ‘일리아스’에는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죽자, 아킬레우스의 말들이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등장한다고 한다. 그는 “아르고스의 충성심은 오디세우스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온갖 혼란과 쇠퇴 속에서도 그 가치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징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