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규모 7.4 강진 10년래 최악…2000명 실종 신고
‘100년 역사’ 대성당 첨탑도 붕괴 ‘진앙’ 초코주는 피해 집계도 못해
10일 남미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사망자가 최소 132명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칼리, 페레이라, 키브도 등 여러 도시에서 건물이 무너져 인명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수도협회는 사망자가 최소 132명, 부상자가 최소 579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진 피해로 붕괴한 건물은 61채이며, 주택 1575채가 지진으로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시설 18곳, 교육기관 52곳, 도로 18곳, 공항 7곳에서도 지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실종 의심 사례는 늘어나고 있으며, 한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날 오후까지 2000명 이상이 등록됐다.
이번 강진의 진앙은 초코주 산호세델팔마르 지역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콜롬비아지질조사국(SGC) 발표를 인용해 이날 오전 7시34분 발생한 지진은 지난 10년 동안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규모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고 전했다. SGC 조사 결과 이날 저녁까지 최소 21회의 여진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접 국가인 에콰도르와 파나마에도 강진의 충격이 전해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최종 사망자 수가 100~1000명 사이일 확률이 35%, 1000명을 초과할 확률이 27%로 내다봤다.
인접 국가 에콰도르·파나마까지 충격…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국가비상사태
초코주에 인접한 리사랄다주 주도 페레이라에서는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페레이라 사망자는 6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인구 200여만명으로 콜롬비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칼리에서도 피해가 심각했다. 알레한드로 에데르 칼리 시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최소 30개 건물이 무너졌고 그중 10곳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진앙인 초코주는 인명 피해를 아직 집계하지 못했다. 대부분 지역이 밀림이라 구조 당국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통신망도 차단돼 실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진이 덮친 콜롬비아 곳곳은 아비규환이었다. 현지 언론과 SNS에 게시된 영상에는 건물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가로수와 전봇대가 좌우로 흔들리는 장면이 담겼다.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다. 맨발로 뛰어나온 이들은 가족의 소재를 찾지 못해 무너진 건물 주변을 맴돌았고, 일부는 망치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집었다. 마테카냐 국제공항에서는 천장 자재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공항 이용객들은 머리를 감싸며 급히 공항 밖으로 달려 나갔다. 100년 가까이 마니살레스를 지켜온 ‘성모 로사리오 대성당’도 측면 탑이 무너지고 십자가가 떨어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번 지진은 지난 6월24일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해 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연쇄 강진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일어났다. 진앙인 초코주를 포함해 이번 강진이 덮친 콜롬비아 일대는 전 세계 지진과 화산활동의 90%가 집중돼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포함돼 있다. 특히 콜롬비아 서부는 태평양 바닥 해양판인 나스카판과 대륙판인 남아메리카판이 맞물린 지점으로, 나스카판이 남아메리카판 밑으로 밀고 들어가며 잦은 지진이 발생한다. 여기에 카리브판의 움직임과 안데스산맥을 따라 형성된 활성단층이 겹치면서 응력이 집중되는 위치에 콜롬비아가 자리한 것이다.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엘라 콜롬비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피해를 본 모든 지역 공동체를 지원하는 조치를 직접 지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은 에스프리엘라 대통령이 지난 7일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그는 재난 대응 기관의 수장은 물론 주요 행정기관 인사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난을 맞닥뜨리게 됐다. 엘파이스는 “자신이 비판했던 국가 기구를 이끌고, 정치적 분쟁이 아닌 자연재해 한가운데에서 사태를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이번 정부의 첫 번째 중대한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남미 이웃 국가들은 손을 내밀었다.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에 155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긴급 구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엘살바도르·멕시코·칠레·베네수엘라 등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