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찬 (뉴욕 시민 참여 센터 대표)
6월 23일은 뉴욕주와 메릴랜드주, 유타주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예비선거는 11월 본선거에 출마할 각 정당의 공식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많은 정치 지망생이 경쟁하는지역에서는 본선거보다 예비선거가 더 치열하다.
반대로 현직 정치인의 지지도가 압도적인 경우에는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선 자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연방 국가답게 주마다 다르다. 뉴욕주는 비교적 보수적인 방식인 폐쇄형 예비선거(Closed Primary)를 운영한다. 일정 기간 이전에 특정 정당에 등록한 유권자만 해당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개방형 예비선거(Open Primary)를 실시하여 정당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유권자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뉴저지는 그 중간 형태인 준개방형 예비선거(Semi-Open Primary)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 등록 유권자는 자신의 정당 선거에 참여하고, 무당파 유권자는 투표 당일에 원하는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하면서 해당 정당에 등록된다.
이처럼 제도는 다르지만 민주주의의 본질은 같다. 시민이 참여할 때 정치가 움직이고, 정치가 움직일 때 공동체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번 뉴욕주 예비선거에서는 주지사, 부주지사, 법무부 장관, 감사원장, 주 상·하원의원, 각급 판사와 함께 연방하원의원 전원이 다시 선택을 받는다.
한인 밀집지역인 낫소카운티와 퀸즈 동부를 대표하는 3선거구의 톰 수오지 연방하원의원은 민주당 경선을 치른다. 또한 플러싱, 포레스트힐스, 프레시메도우스, 베이사이드 등 한인들이 밀집한 지역을 포함하는 6선거구에서도 그레이스 멩 연방하원의원이 8선에 도전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외교관직을 사임한 한인 척 박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롱아일랜드시티, 아스토리아, 우드사이드, 윌리엄스버그 등을 포함하는 7선거구에서는 현직 뉴욕시의원인 줄리 원 후보가 민주당 연방하원 예비선거에 도전한다. 맨해튼 다운타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그레이스 리 뉴욕주 하원의원은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다. 뉴욕주 최초의 한인 주의원인 론 김 의원은 8선에 도전하며, 낫소카운티 의회 9선거구의 줄리 진 후보는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한인 정치인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정치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정치인의 힘은 결국 유권자의 힘에서 나온다.
시민참여센터의 유권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뉴욕주 한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예비선거와 본선거 모두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이는 뉴욕 한인 이민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맨해튼과 브루클린, 롱아일랜드시티 지역의 30~40대 유권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한인 정치의 중심지라 불리는 퀸즈 플러싱·베이사이드 지역과 낫소카운티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면 후보를 배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나야 한다. 투표율이 낮은 지역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이 사회에서 특정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 참여율이다. 정치인들은 목소리가 큰 집단보다 투표하는 집단을 두려워한다. 선거 때마다 투표장에 나타나는 공동체의 요구는 무시하기 어렵지만, 투표하지 않는 공동체의 목소리는 쉽게 잊혀진다.
생명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존재의 영속성은 모든 생명의 본능이다. 이민자 공동체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오늘 뿌린 관심과 참여가 다음 세대의 기회가 된다.
우리가 오늘 행사한 한 표가 자녀들의 교육과 안전,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대표성을 결정한다. 투표는 단순히 후보 한 명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다. 공동체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다. 오늘의 한 표는 내일의 권리이고,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 투표는 권리이기 전에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우리의 존재는 더욱 강해지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동찬 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