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건국 250주년 기념 명분으로 개최
28m 철제 구조물 설치·군용기 비행…전례 없는 상업 쇼
시민단체, 행사장 밖에서 반대 시위 “공공 공간 사유화”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과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 종합격투기 대회 ‘UFC 프리덤(Freedom) 250’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렸다.
백악관에서 프로 스포츠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민간 영리 스포츠 이벤트가 대통령 공식 공간에서 치러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진은 이날 미 공군 선더버즈 F-16 파이팅 팰컨 6대와 미 해군 블루엔젤스 6대로 구성된 12대 편대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UFC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나 화이트와 함께 행사장에 등장했다. 250피트(약 76m) 높이의 아치형 구조물이 설치된 특설 무대 ‘더 클로(The Claw)’ 주변에는 관객 4500명이 모였고,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자 큰 함성으로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가족, 행정부 고위 인사, 공화당 의원, 재계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옥타곤 바로 앞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CEO 등 정·재계 인사들도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오가는 사우스론에는 팔각형 경기장과 대형 관람석, 조명, 스크린이 설치됐다. 행사장 위에는 ‘클로우’로 불리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세워졌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경기장은 격투기 대회장이라기보다 대형 정치 이벤트 무대에 가까웠다. UFC 측은 수만 명 규모의 무료 관람권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시작부터 군사적 연출이 더해졌다.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미 해군 블루엔젤스와 공군 선더버즈 편대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했다. 이후 경기 도중에는 B-1 폭격기가 지나가며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백악관 풀 기자단은 폭격기 소리가 워낙 커 인근 주민들이 잠에서 깰 정도였다고 전했다.
경기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이어졌다. 출전 선수들은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이 들어간 맞춤형 장갑을 끼고 옥타곤에 올랐다. 일부 선수들은 경기 뒤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중계석에는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도 앉았다. 백악관 잔디밭에서 UFC 경기가 펼쳐지는 장면에 현장 해설진은 “초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메인 이벤트에서는 저스틴 게이치가 일리아 토푸리아를 꺾고 U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토푸리아는 초반 라운드에서 앞섰지만, 게이치가 후반 반격에 성공했고 4라운드 이후 의료진 점검과 코너 판단 끝에 경기가 중단됐다. 공동 메인 이벤트에서는 시릴 가네가 알렉스 페레이라를 꺾고 잠정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행사장 안이 환호로 가득 찬 동안 백악관 밖에서는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단체와 반전 활동가들은 백악관이라는 공공 공간을 대통령 개인의 생일 행사이자 상업 스포츠 이벤트에 활용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위대는 “폭력 미화를 중단하라”, “워싱턴DC를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비판의 핵심은 공공 공간 사유화와 이해충돌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UFC 모회사인 TKO그룹 관련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은 “이번 행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UFC의 상업적 이해, 보수 지지층 결집 전략이 맞물린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이해충돌 의혹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행사를 막으려는 법적 시도도 있었다.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연방법원에 행사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행사 이틀 전 신청을 기각했고, 백악관은 예정대로 대회를 진행했다.
외신들은 ‘UFC 프리덤 250’을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정치와 스포츠, 상업성, 군사적 연출이 결합한 대형 이벤트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무대였지만, 반대편에서는 백악관의 공적 상징성을 훼손한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흥행 정치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부터 복싱과 프로레슬링, 리얼리티쇼를 통해 대중적 이미지를 키워왔다.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꼽힌다. UFC의 핵심 팬층인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과 일부 겹친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정치적 의미를 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