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3%·신규 고용 예상 웃돌았지만 체감 취업난은 악화
일자리 증가, 의료·소매·운송에 쏠려…원하는 직종은 문 좁아져
미국 고용시장이 겉으로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직자들이 느끼는 취업문은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다. 일자리 증가가 일부 업종에 쏠린 데다 연방정부 감원, AI가 키운 지원서 경쟁, 고학력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지표와 현실이 다르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CNN은 1일(현지시간) 미국의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 수치는 여전히 양호하지만, 실제 구직자들은 수년간 이어진 채용공고 감소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노동통계국이 지난달 8일 발표한 4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았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4.6%와 50년 평균 6.1%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4월 비농업 일자리도 11만5000개 늘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최근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3월 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놓고 보면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직 현장에서의 체감은 다르다. 코리 칸텡가 링크드인 경제분석 책임자는 CNN에 “고용지표 숫자는 지금 많은 구직자가 현장에서 겪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 일자리가 고르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4월 새로 생긴 일자리의 절반은 의료 부문에서 나왔고, 나머지는 소매업과 운송·창고업에 집중됐다. 칸텡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송·배달직 일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소매업과 운송·창고업 일자리는 자동화에 취약해 지금과 같은 증가세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의료 부문은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사람 손이 필요한 업무가 많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다른 업종에서는 구직자가 몰리며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새 채용 공고는 충분히 늘지 않고 있다. 일자리는 늘어도 구직자들이 원하는 분야의 자리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연방정부 감원도 취업난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정점을 찍은 뒤 올해 4월까지 연방정부 고용은 약 35만명 줄었다.
CNN은 연방정부 고용 감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감원 조치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해고된 연방 공무원들이 주정부·지방정부와 민간 부문 일자리로 몰리면서 경쟁이 더 심해졌고, 공공부문 취업을 준비하던 신규 구직자들도 더 치열해진 경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백악관은 정부 감원이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 “바이든 전 대통령처럼 정부 지출에 기대 고용 통계를 부풀리는 대신, 행정부는 민간 부문 일자리 성장을 촉진하는 검증된 경제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도 구직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AI 도구를 쓰면 구직자는 맞춤형 지원서를 만들어 짧은 시간에 수십·수백 곳에 지원할 수 있다. 일부 도구는 지원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처리할 수도 있어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장년 구직자에게는 재취업 장벽이 더 높다. 지난해 9월 미디어 회사 프로젝트매니저 자리에서 해고된 40대 중반 사울 차베스는 이후 미디어 회사 면접을 몇 차례 보는 데 그쳤고, 현재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서 시간제 일자리 두 개를 병행하고 있다.
대학원 학위의 효과도 예전 같지 않다. 칸텡가는 링크드인 자료를 인용해 “채용 속도가 크게 둔화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집단은 고급 학위 보유자들”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약해지기 시작한 2023년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그 결과 대학원 학위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술·금융 등 고학력자가 많이 몰리는 업종의 채용 수요도 둔화했다.
아마존과 블록 등 일부 대기업은 최근 감원 이유로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거론했다. AI가 일부 업종에서 채용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