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찬(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미국이라는 거대한 거함(巨艦)을 움직이는 진짜 힘은 어디서 나올까? 과거 사람들은 이를 멜팅 팟(Melting Pot), 즉 모든 동질성을 녹여내어 하나의 거대한 미국인을 만드는 용광로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그것이 거대한 착각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진정한 역동성과 문화적 풍요로움은 고유한 색채를 잃지 않은 다양한 공동체들이 서로 부딪치고, 융합하며, 시너지를 낼 때 발생한다. 마치 각기 다른 색의
돌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명작을 이루는모자이크(Mosaic)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버리고 주류 사회에 무조건 동화(Assimilation)되는 것은 결코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다양성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일일 뿐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스스로 고립되거나 순수함만을 고집할 때가 아니라, 끊임없이 타 문화와 만나며 외연을 확장할 때 비로소 진화한다.
따라서 미주한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확고히 하고, 이를 미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
주류 시민들과 함께 누리도록 만드는 것은 한인 사회만을 위한 이기적 폐쇄성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라는 국가를 더 건강하게 살찌게 만드는 가장 시민적인 기여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찬란했던 고대 로마의 번영이나 동아시아의 황금기였던 당(唐)나라의 발전 뒤에는 늘 이질적인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융합했던 개방성이 있었다.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는 경계선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혁신과 문명적 도약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엄연한 역사적 법칙 앞에서, 우리는 지금 미주한인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2세대, 3세대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한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가르치는 일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될 시대적 과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커뮤니티의 리소스를 이 뿌리 교육과 문화적 자산 형성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특히 이민자로서 큰 경제적 성취를 이룬 분들에게 제언하고 싶다. 피땀 흘려 일군 소중한 자본을 가장 가치 있고 영속적으로 쓰는 방법은 무엇인가? 빌딩을 올리고 기업을 확장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그것은 유한(有限)하다. 오히려 한인 공동체의 ‘문화적 자정 능력’과 ‘정체성’에 투자하는 자본이 무한한 생명력을 지닐 것이다.
우리의 차세대들이 미국 사회의 당당한 리더로 성장하느냐, 혹은 뿌리를 잃은 이방인으로 방황하느냐는 그들의 내면에 ‘확고한 문화적 자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한인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체화한 차세대가 주류 사회의 인재들과 융합할 때, 그들이 이 땅에서 만들어낼 혁신의 크기는 상상 초월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특히 부를 이룬 분들의 고귀한 기부는 단순한 자선(Charity)을 넘어, 한인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가 될 것이다. 차세대를 세우는 문화 교육과 주류 사회를 향한 문화적 소통 공간에서 여러분들의 경제적 성공을 꼭 공유해 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커뮤니티와 새로운 세대들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때 미주한인은 더 강력해질 것이며, 미국은 비로소 더 발전된 문명을 만들어 낼 것이다. (5/18 동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