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눈물·떼창까지…광화문 집어삼킨 BTS 공연
“Unbelievable!”…BTS에 울고 웃은 수만 관객
“소리는 현장, 화면은 폰”…넷플릭스 켜고 떼창
“BTS 너무 멋져요! 내가 지금 서울 한복판 현장에 와서 이 무대를 본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요(Unbelievable)!”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시작되며 터져 나온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광화문 일대를 채운 4만여명 관람객의 함성과 응원봉의 보랏빛 불빛으로 열기가 달라올랐다.
8시 정각 BTS의 신곡 음악이 울려 퍼지자마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무대 쪽으로 몰려들었다. 관람객들은 “보인다!”, “드디어!”라는 외침과 함께 응원봉 불빛을 켰다.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이 뒤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BTS의 대표곡 ‘버터(Butter)’가 흘러나오자 현장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관람객들은 일제히 떼창을 시작했고 응원봉을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일부 외국인 팬들은 자리에서 안무를 그대로 따라 추며 공연을 즐겼다.
필리핀에서 온 아미 나단(21)씨는 “흥이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움직이게 됐다”며 “BTS 너무 멋지다”며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 보인다”, “화면도 잘 안 보인다”며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았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현장 관람’과 ‘온라인 시청’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색적인 풍경도 있었다.
전광판조차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구역에서는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넷플릭스를 켜고 공연을 시청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팬들은 “소리는 현장에서 듣고 화면은 휴대전화로 보자”며 서로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BTS는 이날 공연에서 약 1시간 동안 12곡을 불렀다. 20일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의 수록곡 8곡과 함께 글로벌 히트곡인 ‘버터’ ‘마이크 드롭’ ‘다이너마이트’ ‘소우주(mikrokosmos)’ 등을 선보였다. 멤버들은 3년 9개월이라는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라이브와 안무 합을 보였다. 멤버들은 “광화문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특별한 장소에서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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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 ‘보디 투 보디’는 국악 아리랑을 샘플링한 곡이다. 음악에 맞춰 광화문 외벽에는 수묵화를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졌고, 2절 후렴 무렵 월대에서는 국악기 연주자들과 가창자들이 함께 공연하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이어 멤버들은 <아리랑>의 수록곡인 ‘훌리건’과 ‘2.0’을 선보였다. 공연을 준비하다 발목 부상을 입어 깁스를 한 RM은 안무에는 참여하지 않고 가창에만 참여했다.
세곡을 선보인 멤버들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진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걱정도 많았다. 여러분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4년 만에 컴백한 소감을 밝혔다. 지민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워주실 줄 몰랐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이 앞에서 말할 수 있다는 게 울컥하고, 7명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정국은 “오늘 저희가 특별한 것을 많이 준비했다. 저희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외쳤으며 RM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로 함께하고 계신 모든 분들,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긴 여정이었지만 저희는 마침내 여기 섰다”고 말했다.
슈가는 “한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장소인 광화문에서 무대를 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번 앨범에는 저희 정체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아리랑’을 타이틀로 삼았고 그 마음을 담아서 광화문에서 무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하기도 한 글로벌 히트곡 ‘버터’가 시작되자 객석은 ‘버터’ 앨범을 상징하는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후렴에서는 관객들이 떼창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멤버들은 중앙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어지는 곡인 ‘마이크 드롭’도 팬들의 응원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아리랑>앨범의 수록곡을 연이어 불렀다. ‘에일리언스’와 ‘FYA’ 무대를 마친 후 간단한 소감을 말한뒤, 타이틀 곡 ‘스윔’을 선보였다. ‘스윔’은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표현한 음악이다. 잔잔한 알앤비, 이지리스닝 장르의 곡으로 멤버들은 마치 수영하는 듯한 여백을 살린 간결한 안무를 보여줬다. 무대 뒤로는 파도를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이 광화문 월대를 비췄다. 뒤로는 같은 앨범의 수록곡 ‘라이크 애니멀즈’와 ‘노멀’을 선보였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이크를 잡은 멤버들은 팬들과 공연을 만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이홉은 “이번 앨범에는 저희의 고민이 담겨있다”며 “사실 앨범을 준비하며 우리가 조금은 잊혀지지 않았을까, 기억해주실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슈가는 “잠깐 (활동을) 멈추는 동안 지켜야하는 건 뭘까, 변화해야할 건 뭘까 고민했다”며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감정까지도 우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RM은 “이런 전환점에서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봤지만 답은 제 안에 있었던 것 같다”며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고 고민을 담아내는게 이번 앨범에서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최대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인파는 이보다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공연 시작 시점 기준 광화문 일대 인파는 약 7만명 수준이었으며, 주최 측은 약 10만4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월드컵 거리응원이나 대형 집회급 인파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규모다.
이 같은 영향으로 우려됐던 대규모 병목이나 압사 위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찰이 준비한 인파 관리 체계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경찰은 6700여명을 투입해 광화문 일대를 15개 권역으로 나누고 주요 동선마다 인력을 촘촘히 배치해 일방 통행을 유도했다. 밀집 구간에서는 호루라기와 경광봉으로 정체를 즉시 해소하고, 출입을 31개 게이트로 제한해 금속탐지기(MD)와 신체검색을 병행하는 등 전 구간에서 강도 높은 안전 관리가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