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어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입장을 뒤집으면서, 발언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이 동맹국들을 향해 구체적인 군사 기여보다 신속한 ‘지지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실제로는 파병 요구를 접은 게 아니라 역설적 표현을 동원해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고 밝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아무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까지 한국·일본·유럽 등 동맹국들을 향해 호르무즈해협 호위 작전에 참여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던 입장과 배치된다.
하지만 정반대 정황도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호르무즈해협 지원에 대한 ‘공개적인 약속’을 이번 주말까지 발표하도록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백악관은 당장 함정을 파견하는 등 구체적인 군사 기여보다 신속한 ‘지지 표명’ 자체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유럽 관리들은 폴리티코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 무엇보다 시장의 반응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공개 지지 표명이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추후 협력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 급등 등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연합 구상’의 틀을 우선 가시화하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이런 흐름에 비춰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날 선 비난과 ‘도움이 필요 없다’는 선언은 동맹국들의 ‘무임승차’ 프레임을 부각해 여론의 압박을 높이고, 이를 지렛대로 최소한의 정치적 연대 선언이라도 끌어내려는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이란전 시작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종전 조건과 관련해 “항복 아니면 죽음뿐”이라며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했다가, 이후에는 “군사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로 기준을 낮췄다. 전쟁 기간에 대해서도 “4~5주가 걸릴 것”이라던 전망을 “곧 끝날 단기간 작전”으로 바꾼 뒤, 다시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혼선을 이어갔다.
쿠르드족의 이란 전쟁 개입 문제에서도 입장이 뒤집혔다. 초기에는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가, 곧 “개입하지 않아도 전쟁은 충분히 복잡하다”며 선을 그었다. 전쟁 목표 역시 ‘정권 교체’에서 ‘군사 목표 달성’으로 사실상 후퇴했다. 개전 당시 이란 국민에게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던 것과 달리, 이후에는 정권 교체 언급을 자제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정권 교체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파병은 필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본심은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독자적인 기뢰 제거 전력이 달리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뢰 제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본에 원하는 역할이 명확한 만큼, 이번 회담이 동맹국을 향한 미국의 진짜 의도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