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막판 수정했지만 여전한 위헌 논란
“1심 판단 항소심서 깨지는 경우 비일비재, 법 도입해 처벌?”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통과시키면서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법 왜곡죄는 판·검사 처벌 근거를 법에 명확히 해두겠다는 것인데, 3법 중에서도 가장 위헌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받아왔다. 민주당은 전날 급하게 법안을 일부 수정해 이런 논란을 없애려 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판이 여전하다. 정부와 국회가 공정하고 평등해야 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정치적으로 압박해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로 법 왜곡죄 등장…이전 법안은 모두 폐기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서 적용할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인 2018년 처음 발의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한 수사가 이어지던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법원과 검찰은 수많은 사건에서 권력을 위해 실체적 진실과 사법 정의를 외면한 채 법을 왜곡해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양산해냈다”며 법안을 냈다. 이 법으로 기소된 판·검사는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이듬해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대상을 판·검사에서 경찰 공무원과 재판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공무원 등으로 확대하고, 처벌 수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법안들은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20대 대선에서 법 왜곡죄를 포함한 법원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최종 공약엔 넣지 않았다. 왜곡의 의미와 범위가 불명확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고소·고발 등 사법 불신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여전히 부족한 ‘명확성’…실효성 없이 고소·고발만 남발 우려
민주당이 다수석을 점한 이번 국회에서 이 법안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 신설된 형법 132조의2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원안은 처벌 대상을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1호)’,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3호)’를 법 왜곡으로 봤으나, 대상이 너무 모호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상정 직전 부랴부랴 법안을 손질했다. 우선 수정안은 형사사건에만 적용되도록 했다. 또 1호 항목을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바꿨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3호는 아예 삭제하고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구체화했다.
그럼에도 이 수정안 역시 주관적이고 판·검사들을 위축시킨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이 처벌 조항으로써 사실상 별다른 역할은 하지 못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3심제 내에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깨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한데, 또다른 형법을 도입해 처벌하겠다는 건 옳지 않다”며 “몇가지 정치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법원을 압박하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의 이익과 보호를 위해 판단한 것인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며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면 상급심에서 법리에 따라 따져야 할 일이지, 다시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건 잘못”이라고 했다.
‘법 왜곡죄 원조’ 독일과는 달라…판·검사 징계가 더 효과적
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독일 사례를 든다. 독일은 형법 339조에서 “법관, 기타 공무원 또는 중재법관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법률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독일에는 판·검사의 잘못된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이 법이 유일하다. 이미 ‘포괄적 직권남용죄’ 조항이 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임재성 변호사는 “지금도 법관이나 검사에 대한 처벌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법 왜곡죄는 똑같은 내용인데도 판·검사가 어떤 ‘내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입증해야 한다”며 “오히려 처벌 가능성은 더 낮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법관이나 검사에 대해선 ‘징계’로 다뤄야지, 형사사법 시스템으로 처벌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임 변호사는 “어차피 법 왜곡죄를 만들어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결국 검사와 법관들”이라며 “외부 위원들을 포함한 징계위원회를 꾸리고 거기서 실질적인 징계를 주는 것이 더 실효성이 크다”고 했다.
사법부 내에선 독립성과 재량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지난 25일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해 신속한 재판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