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최근 미국 사회 내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강화되는 이민 정책과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 앞에서 많은 한인 동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스며드는 ‘고립감’이다.
인간은 고립될 때 불안과 공포를 가장 크게 느낀다.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은 막연한 미래를 거대한 벽으로 느끼게 하며, 우리를 더욱 웅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적 정체성 이라는 깃발 아래 하나로 모여 서로의 결속을 다진다면, 그 어떤 공포감도 능히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음력설은 우리에게 단순한 명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는 집안에서의 조용한 명절을 넘어, 거리로 나와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희망의 기운을 결집하는 커뮤니티 차원의 ‘대규모 음력설 축제’의 장을 열어야 한다. 아니 음력설만이 아니라 단오, 추석맞이등 중요한 민족의 명절을 구실로 커뮤니티의 에너지를 모아 낼 수 있는 각종의 축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우리가 광장으로 나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깨를 맞댈 때, 나 혼자가 아니다 라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렇게 하면 공동체의 뜨거운 에너지는 각자가 품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을 희망에 대한 확신과 용기로 바꾸어 놓는 마법 같은 힘이 될 것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들도 절기마다 마을의 축제를 개최하였다. 축제는 바로 고립을 깨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한인회, 경제인 단체, 그리고 각 지역 종교기관들이 2026년 시작을 알리는 이번 설만큼은 각자의 담장을 허물고 손을 잡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교파와 이념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여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행진할 때, 우리 내부의 결속력은 단단해질 것이다. 혼자일 때는 흔들리기 쉬운 이민자의 삶이지만, 수만 명이 함께 걷는 퍼레이드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개별적 단체와 종교기관들이 하나로 뭉치는 ‘결속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소수계로서 이민자가 겪는 소외감은 상대방이 우리를 잘 모를 때 발생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당당히 선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풍요로운 문화를 기여하는 주체임을 알리는 가장 평화롭고 세련된 방법이다.
음력설의 가래떡이 길게 뽑혀 나오듯, 우리의 인내와 저력도 길게 이어져 왔다. 이제 그 저력을 모아 거리로 나가야 할 것이다.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로 차가운 편견의 벽을 깨고, 화합의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시린 손을 맞잡아 보자. 그래서 거리에서 미주 한인이라는 당당한 정체성을 표출 할때 우리는 그 어떤 편견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음력설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거친 풍랑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미주 한인 사회의 강인한 생명력이자, 불안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선언을 만들어 내는 대동 한마당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동찬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