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2019년부터 정보망 보완해 전면 차단 준비
전문가 “이란 인터넷 통제 중국식 선별 차단에 가까워져”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자 이란 정부가 국내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가운데 향후 이란의 인터넷 통제 모델이 더욱 폐쇄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은 역사상 가장 깊고 정교한 수준의 인터넷 폐쇄라고 평가받는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0여 년간 이란이 구축해 온 ‘국가정보망(NIN)’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NIN은 이란 사이버 공간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만들어진 병렬 네트워크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란 국민을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최소한의 행정·경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란 국민은 이를 ‘할랄 인터넷’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체계는 2019년 11월 한계를 드러냈다. 모하마드 자흐로미 당시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이 시위를 조직하기 위한 대화가 정부 승인 비디오 게임의 채팅창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유럽으로 망명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그때 정부는 부분 통제가 아닌 전면 차단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했다. 과거 무제한 접속 권한을 부여받았던 체제 내부 인사들, 이른바 ‘화이트 심(SIM)’ 사용자들마저 접속이 차단됐다.
FT는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왔다고 전했다.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과 아르메니아 국경을 통해 스타링크 위성 수신기를 이란으로 밀반입 했던 것이다.
이는 2022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IT 기업의 이란 내 통신 서비스 제공을 허용한 제재 완화 조치에 따라 가능했다. 당시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란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접속을 활성화했다.
이후 암시장을 통해 수천 대의 스타링크 수신기가 유입되며 이란 내의 일반인들도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이스X는 13일부터 이란 내 스타링크 접속을 무료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 스타링크 신호가 끊기는 현상이 보고됐다. FT는 이를 이란 정부가 군사용 전자전 장비를 이용해 재밍(Jamming, 주파수 방해)한 것으로 분석했다.
활동가들은 정부가 남겨둔 최소한의 인프라를 역이용하기도 했다. 정부 승인 이메일 네트워크를 외부와의 소통 창구로 전환하거나 텍스트 전용 브라우저를 활용해 차단을 우회하는 식이다.
그 결과 영안실 앞에 늘어선 시신, 시위 현장의 총성, 유족들의 증언 등이 담긴 영상 일부가 외부로 전달될 수 있었다.
FT는 이란이 현재 인터넷 전체를 차단한 뒤 일부 필수 서비스만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화이트 리스트’ 모델을 실험 중이라고 진단했다. 조지아 공대의 아만다 멩 연구원은 “인터넷이 다시 연결된 이후가 더 우려된다”며 “이란 정부의 차단은 훨씬 정교해졌으며 복구 이후의 인터넷은 중국식 통제 모델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