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타운뉴스

차 문 열려는 여성에 ‘탕’…미국 이민단속국 대응 파문

시민 수천명 “살인자는 거리서 떠나라” 시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하 이민단속국) 요원이 30대 여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시작된 도시로, 경찰이 짓눌러 조지 플로이드의 숨이 끊긴 곳과 2㎞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벌어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숨진 여성이 단속 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차로 들이받으려 해 “테러”에 맞서 “방어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에 맞은 여성이) 폭력적이고 악의적으로 요원들을 덮쳤다”며 요원들의 정당방위에 힘을 실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도 “자초한 비극”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미네소타에서 소말리아계 미국 시민권자들이 연방 복지 프로그램을 횡령하는 사기를 쳤다며, 이 지역에 이민단속 요원 2천명을 투입한 바 있다.

미니애폴리스 시장과 경찰은 ‘정당방위’라는 국토안보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연방정부의 테러 주장은 “헛소리”이고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이민단속 요원이 무모하게 무력을 써 인명 피해를 냈다”고 비난했다. 사망 순간이 찍힌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과잉 대응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영상 속 여성이 모는 차량은 눈길에 멈춰 선 차량 사이를 비스듬히 가로막고 운전석 창문을 내린 채 서 있다. 이민단속 요원이 접근해 문을 열려 하자 여성은 운전대를 돌리며 차량을 움직였다. 다른 요원이 운전석을 향해 총을 쏜다.

사망한 백인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로, 15·12·6살 세 자녀를 둔 러네이 니콜 굿(37)으로 밝혀졌다. 조시 캠벨 전 연방수사국 요원은 영상을 분석하며 “총성이 울리기 전, 차량의 앞바퀴 방향은 (요원들이 없는) 오른쪽으로 돌았다. (운전자는) 이 장소를 벗어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을 목격했다는 주민 유진 벤틀리는 시엔엔(CNN)에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소리치며 근처에 이민단속국 요원이 있다고 알리는 행동을 했고, 이에 한 요원이 나와 해당 차량 번호판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이후 총격이 이어졌다며 “그럴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총격 사고 장소 인근 교차로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들며 시위로 번졌다. 사람들은 ‘살인자는 우리 거리에서 떠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이민단속국을 규탄했다. 인파는 이날 한때 수천명 넘게 불어났으며, 밤샘 집회로까지 이어졌다. 집회는 추모 분위기 속에 찬송가를 부르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연방법원 앞 등 미니애폴리스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열렸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시작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던 과거를 돌아볼 때 이번 시위도 다시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프라이 시장은 이민단속국을 규탄하면서도 시민들을 향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대응할 구실을 찾고 있다. 미끼를 주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직 소요 사태로 번질 조짐은 없으나,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만약에 대비해 미네소타 주경찰에 비상대기를 요청해둔 상태다. 미니애폴리스 공립학교들은 8~9일 휴교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진보 인사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공공연한 살인”이자 “목숨을 구하려 도망치는 여성의 머리를 쏜 잔혹 범죄”라며 규탄했다. 일리노이주 민주당 의원들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같은 날 로스앤젤레스 이민단속국 사무실 앞에서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열렸고,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뉴욕 등 다른 도시에서도 집회가 예고됐다.

Related posts

11월 상하원 선거 일단 공화 우세 점쳐져

안지영 기자

美 Z세대, 주택구매 부담 증가로 “집 대신 주식에 투자”

안지영 기자

김기현 국힘 대표 뉴욕 동포정책 간담회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