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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지혜와 교활함의 철학적 전환

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지혜로운 자와 교활한 자의 대비는 고대부터 정치철학의 중심 주제로 다뤄져왔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인(哲人)이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인은 단지 지식이 많은 자가 아니라, 선(善)을 아는 자이며 폭력이나 술수를 싫어하고, 공동선의 실현을 목표로 했다. 반면 교활한 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타인의 선을 도구화했다. 그 차이는 단순히 머리속 사고의 문제라기보다, 가치의 문제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교활함을 권력 유지의 기술로 인정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 진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교활함이 정치권력의 기본이 되어 버리면, 사회는 점점 진실 대신 거짓이 일상이 된다.
혼란의 미국이다. 어쩌면 우리는 현대 정치 담론 속의 ‘교활함’의 시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을 수 있다. 현대 미국의 민주주의는 공개 토론과 정치 사회적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숙의(熟議)를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현실정치는 점점 즉, 가짜 뉴스, 여론 조작, 심리전으로 상대방의 판단과 생각을 흔드는 싸움을 목표로하는 인지 전쟁(인지전, Cognitive Warfare)의 장으로 변했다.

최근 연방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양당의 대치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자 연방 공무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정부의 여러 기능이 멈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느 쪽이 더 강경했는가가 아니라, 어느 쪽의 예산안이 더 공익적이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누가 더 크게 외쳤는가보다, 누가 진정 국민의 삶을 보호하려 했는가가 핵심이다.
교활한 자들은 여론을 조작하고, 감정을 조율하며, 사실을 전략적으로 왜곡한다. SNS와 알고리즘은 이들의 무기가 되었고, 언어는 진실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통제의 장치’로 변질됐다. 하나의 ‘정치적 문장’이 실체보다 강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그것이 바로 교활함이 제도화된 현대 정치의 초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선거 전략이나 권력 다툼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도덕적 구조가 교란되는 것이다. 정직이 바보로 취급받고, 양심이 비정치적이라 여겨지는 순간, 공동체는 방향을 잃는다. 그것은 진나라의 법가 정치가 무너졌던 이유이자, 로마 공화정이 끝났던 이유이기도 했다.

지혜로운 정치란 권력을 도덕적 목적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정치철학적으로 말하면, 이는 공동체적 이성 (communal reason) 의 복원이다.
공동체적 이성은 개인의 목소리나 이익이 하나로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통의 맥락 속에서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태도다.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의 합의’나, 동양의 ‘군자 정치’가 지향한 것도 결국 이 원리다. 지금 미국의 정치가 지혜로움을 회복하려면, 감정의 정치에서 이성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이성은 단순히 차가운 논리가 아니다.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깊은 연민과 책임의식이 깃든 사유일 때 비로소 지혜가 된다.
이 어지러운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해답은 다음 세 가지 원칙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정보와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언론과 시민이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하는 진리의 복원이다.
둘째, 공동체적 대화의 회복이다. 비난보다 숙의를, 독점보다 참여를 확대하는 구조로 민주주의를 재정의해야 한다.
셋째, 윤리적 정치의 복귀다. 정치인은 기술자가 아니라 철학자여야 한다. 권모술수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치가 사회를 살린다.
이 시대를 교활한 현실주의에 맡겨두면, 세상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들이 진실과 연민, 공익의 철학을 들고 다시 공론장으로 나온다면, 혼돈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다. 지혜는 언제나 교활함보다 느리지만, 결국 세상을 다시 바로 세우는 유일한 힘이다. 그래서 시대정신을 구현할 철학을 가진 지혜로운 정치인이 나와야 하고 또 그런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알아보고 선출을 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미국은 이 혼란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찬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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