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 센터 대표)
변화를 거부하고 오만에 빠진 자들의 끝은 몰락뿐이다. 1250년, 노예출신의 최정예 기병
전사였던 그들은 쿠테타를 일으켜 이집트를 손에 넣었다. 몽골 제국마저 꺾으며 250년간 역사를
지배했던 맘루크 왕조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의 위대한 서사는 불과 반나절 만에 막을 내렸다.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멸망한 것이다. 왜 그토록 강력했던 제국이 순식간에
무너졌을까?
그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었다. 포르투칼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하게 되면서
맘루크가 통제하던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무역로의 중요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막대한
통행료가 줄어들어 국가 재정이 흔들려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는 데도, 부족간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한 결속을 다지기보다 힘의 논리로 약자를 짓밟았다.
그러나 그들의 몰락을 결정지은 건 바로 오만이었다. 새로운 화약 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총과 대포를 외면하고 낡은 기병 전술만을 고집했다. 철갑 기병의 칼과 창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착각에 빠져 현실을 보지 못했다. 결국, 최신 무기로 무장한 오스만
제국의 예니체리 부대 앞에 그들의 자만심은 무너졌다. 맘루크의 몰락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변화를 거부한 자들의 필연적인 종말이었다.
21세기,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맘루크의 전철을 밟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미국은
여전히 낡은 방식과 오만에 갇혀 있다.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원인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내부 갈등을 부추긴다. 동맹국들을 향해 무역 적자의 원흉이라
손가락질하며 관세 폭탄을 터뜨린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기술력 부족을 메워줄 해외 고급 인력의 투자를 막아서고 있다. 한국의
기술자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왔을 때, 비자 문제로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쇠사슬에
묶는 행위는 스스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정책은 미국으로
향하던 고급 인력의 발길을 끊고, 결국 미국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다.
이제 미국 시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선동에 휩쓸리지 말고, 현재 미국의 문제를 직시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선출 해야 한다.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고,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할 유능한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진정으로 미국을 위하는 길은 외부의 탓을 하기보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달걀이 달걀이기만을 고집하면 썩은 달걀이 된다. 근거
없는 미국 우월주의에 취하여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스스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미국이기만을 고집하다간 시대에 뒤떨어진 후진국이 된다.변화를 거부하고 오만에 빠진 자에게
미래는 없다. 맘루크의 역사는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 (동찬 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