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즉결 처형 권한 주장, 근거도 선례도 없다”
“무력 충돌 상황 아닌데 저급 마약 밀수 용의자 살해”
“의회 마약 카르텔 상대 무력 충돌 승인한 적 없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에 명령해 마약 밀수선이라는 보트를 공격함으로써 11명을 즉결 처형한 것은 법적 근거나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해상 마약 단속에 사법 집행 규칙이 아닌 전시 규칙을 적용하는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 용의자를 체포해 기소하며 즉각적인 위협이 없는 한 용의자를 살해할 수 없다. 반면 무력 충돌 상황에서는 군대가 적 전투원을 살해하는 것이 합법적이다.
살인이 극단적 행위이며 사법 절차 없이 살인할 경우 잘못된 사람을 오인해 죽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규칙을 적용할 지는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 대통령과 국가가 언제 합법적으로 전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를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트럼프는 마약 카르텔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마약 밀매라는 평시 범죄 문제를 무력 충돌로 규정하고 저급 마약 밀수 용의자조차 전투원으로 간주하라고 미군에 지시하고 있다.
마약 밀매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
그러나 불법 소비재의 밀매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며 의회는 카르텔에 대한 무력 충돌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마약 밀수 용의자들을 즉결 처형하라고 미군에 지시할 합법적 권한이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라이언 굿맨 미 뉴욕대 법학 교수는 이번 일이 “국방부가 오랫동안 수용해온 국제법 규칙에서 정의된 ‘살인’ 그 자체”라고 말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일 성명에서 “이번 공습이 전쟁법에 완전히 부합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알카에다 및 그 후신들을 상대로 한 전 세계적 전쟁을 벌이면서 테러 용의자들을 무차별 공격한 것과 관련한 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있는 공격에 찬성했던 전직 당국자들조차 트럼프 정부의 마약 카르텔 공격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의회가 마약 카르텔에 대한 무력 사용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사법 절차나 체포, 재판 없이 공해상에서 저급 마약 운반책을 살해할 수 있는 헌법 권한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르텔을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고 미군이 저급 마약 운반책을 즉결 처형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번 공습 이전부터 기존에 금기시되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왔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갱단 혐의자들에게 적성국민법을 적용했으며, 이민자들을 쿠바 관타나모만 미군 감옥으로 보냈고, 지방과 주 선출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군을 미국 도시에 배치했다.
정보에만 근거해 치명적 무력 사용
트럼프는 최근 국방부가 특정 남미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군사력을 사용하라는 비밀 명령에 서명했다.
이 정책은 사실관계와 관련된 문제마저 따른다. 정보에 의존해 마약 밀수꾼으로 판단하고 치명적 무력을 첫 번째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군이나 중앙정보국(CIA)이 테러리스트로 잘못 판단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던 실수로 인해 역풍을 맞아왔다.
지난 3일의 공습과 관련한 많은 세부 내용들이 아직 공개돼 있지 않다. 정부는 보트가 공해상에 있었으며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 11명과 마약이 실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습이 이뤄진 정확한 장소와 보트가 어느 나라 소속인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