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게리멘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 경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그 기원은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에서 유래했다. 당시 게리 주지사는 자신의 소속 정당인 민주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 경계를 기형적으로 재조정했는데, 이 모습이 도롱뇽(salamander)과 비슷하다고 해서 <게리멘더>(Gerry-Mander)라는 풍자적인 이름이 붙었다.
게리멘더링은 미국 건국 초기부 터 존재했던 오랜 정치적 관행이었다. 미국 헌법은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방 하원의원 의석을 각 주에 배분하도록 규정한다. 이 배분에 맞춰 각 주가 선거구를 다시 그리는 과정에서, 다수당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선거구 경계를 조작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텍사스 공화당은 8월 23일 토요일 공화당이 연방하원 의석을 최대 5석까지 뒤집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도를 통과시켰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과 개빈 뉴섬 켈리포니아 주지사도 민주당 성향의 의석을 만들어 텍사스의 책략을 잠재적으로 상쇄하는 법안은 내기로 합의 했다.
이러한 논란의 핵심은 텍사스 인구 증가의 대부분이 유색 인종, 특히 히스패닉 인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공화당은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게리멘더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텍사스 주의회가 그린 새로운 선거구 지도는 히스패닉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여러 선거구로 쪼개거나(cracking), 혹은 특정 선거구에 몰아넣어(packing)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의석 수를 제한했다.
텍사스에서 벌어진 게리멘더링은 내년도 중간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텍사스 공화당은 게리멘더링을 통해 전체38석의 연방하원 의석중 30개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현재 13석에서 최대 8석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화당은 텍사스에서 확보한 의석을 바탕으로 내년도 중간선거에서 연방하원 과반을 목표로 세웠다. 이에 52석의 연방하원 의석을 가지고 있는 켈리포니아가 들고 일어났고 나머지 48개의 주들도 게리멘더링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텍사스 주의회의 선거구 재조정은 이미 여러 시민단체와 민주당으로부터 소송에 휘말렸다. ‘;인종적 게리멘더링’이라는 비판과 함께 헌법 소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선거구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2026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게리멘더링으로 인해 경쟁이 사라진 선거구는 극단적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높인다.
후보들은 중도 유권자들의 표심보다는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만을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정치적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의회 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가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냉소를 갖게 될 수 있다.
텍사스에서 벌어진 선거구 재조정 논란은 단순히 한 주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정한 선거와 일인일표 원칙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화당은 인구 변화에 따른 권력 상실을 막기 위해 게리멘더링을 선택했고, 이는 소수 인종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내년도 중간 선거에서 이러한 게리멘더링의 효과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미국 의회는 더 극단적인 노선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사회는 되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분열을 맞이 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열은 이민자이자 소수계인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소수계는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았고, 사회적 충돌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미미한 소수계는 분열된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우리 커뮤니티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정치 참여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에 커뮤니티의 전력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목소리가 투표로 표출될 때, 정치인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를 인식하고 우리의 권익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텍사스가 쏘아 올린 게리멘더링의 불씨가 미국 전체를 삼키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 (동찬 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