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2026년 미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본선보다 예비선거가 더 치열해졌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겹쳐 있다. 공화당의 경우 예비선거는 단순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트럼프에 대한 충성 경쟁이 되었다. 그 결과 당내 독립성과 지역 기반을 중시하던 중진들이 공격받았고, 후보 개인의 경력보다 트럼프와의 거리감이 승패를 가르는 기준처럼 작동했다.
민주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물가, 임대료, 학자금, 노동권, 이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같은 쟁점이 쌓이면서, 기존의 중도 노선에 만족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누가 더 당의 색깔을 결정할 것인가”를 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미국 정치가 단순히 좌우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 누가 정통성을 갖느냐를 두고 싸우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화당은 트럼프 중심으로, 민주당은 DSA와 진보 블록 중심으로 재편 압력을 받고 있다. 본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오래전부터 색깔이 진해 지고 있던 민주당의 불루 스테이트 공화당의 레드 스테이트 진영이 최근 들어 개리멘더링으로 더욱 진해지면서 이제 실제 권력의 출발점은 예비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에서는 그 변화가 특히 극적으로 드러났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공개 지지한 후보들이 뉴욕 연방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맘다니는 더 이상 예외적 정치인이 아니라 뉴욕 민주당 내 강력한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브래드 랜더는 제10선거구에서 댄 골드먼을 꺾었고, 제13선거구에서는 다리아리자 아빌라 슈발리에가 아드리아노 에스파이아트를, 제7선거구에서는 클레어 발데스가 안토니오 레이노소를 제쳤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몇몇 현역 의원이 탈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뉴욕은 민주당 우세 지역이 많아 예비선거 승리가 사실상 본선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뉴욕 당내 경선은 곧 도시의 미래 노선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력투쟁이 된다. 이번 결과는 치안과 부동산 친시장형 운영보다 주거비, 복지, 노동, 이민자 보호가 더 강한 정책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한인 커뮤니티가 놓치면 안 되는 점이 있다. 뉴욕의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이념 변화가 아니라, 누가 지역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협상 구조의 변화라는 뜻이다. 한인 사회처럼 규모는 작지만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결코 가볍지 않은 집단은, 이제 “누가 당선되는가”보다 “누구에게 어떤 의제를 넣어 실제 정책을 바꿀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 진보 성향 시정부는 통역, 법률지원, 커뮤니티센터, 이민자 보호 같은 서비스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상권 규제와 재분배 논리가 강해지면 자영업자와 중산층 가구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인 사회는 감정적 진영 논리보다 정책 항목별 실익을 따져야 한다. 세입자 보호, 소상공인 임대료, 치안, 학교, 노인복지, 이민자 행정서비스 같은 의제를 하나로 묶어 협상해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지금 예비선거 단계에서부터 정당의 방향을 놓고 싸우는 시대에 들어섰고, 뉴욕은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전장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 흐름을 읽지 못하면 늘 선거가 끝난 뒤 영향만 받게 된다. 반대로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소수 중의 소수라도 지역정치에서 훨씬 큰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동찬 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