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듯 즉위 전에도 ‘反이민’ 맹비판
트럼프, LA 시위에 주방위군 투입 명령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가 ‘정치적 민족주의(political nationalism)’의 배타성을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겨냥한 것이라고 외신은 해석했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민족 간 경계를 열고 계층과 인종간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랑이 있는 곳에는 편견이 있을 자리가 없고, 이웃과 우리를 분리하는 ‘안보구역’도, 안타깝게도 지금 정치적 민족주의에서 나타나는 배타적 사고도 있을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며 “성령이 장벽을 허물고 무관심과 증오의 벽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메시지를 상기시키며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지만 서로 단절돼 있고, 무관심에 취해 있으며 고독에 압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평화를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였던 2016년 “어디에 있든 벽을 쌓는 데만 집중하고 다리는 짓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특정 국가와 지도자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자 단속 강화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하는 등 ‘배타적 민족주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교황이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전 자신의 이름(로버트 프레보스트)으로 된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기조를 비판해왔다.
그의 마지막 X 메시지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인 지난 2월 게시한 “JD 밴스(미국 부통령)는 틀렸다.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는 데 순위를 매기라고 가르치지 않았다”였다.
다만 다만 교황청은 ‘로버트 프레보스트’ X 계정을 교황의 과거 SNS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해당 계정은 레오 14세 즉위 후 비활성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