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섬 주지사, 주방위군 투입 트럼프와 전면전 예고…”소송 준비”
시위대·군경 충돌 계속…트럼프, 주방위군 300명 배치
국방장관, 해병대 지원 병력 투입 시사…사태 격화 우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미등록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대와 시위 진압에 나선 군경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결정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LA를 이민자의 침공에서 해방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8일(현지시간) LA 도심과 교외 지역인 패러마운트 등지에서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대가 경찰, 주방위군,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과 충돌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지난 6일 LA 시내 이민자 구금시설 등을 겨냥해 벌어진 당국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히스패닉 인구 밀집 지역인 패러마운트 등으로 확산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했고 시위대 10여명을 물리적으로 제압해 체포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LA 경찰은 전 도심을 불법 집회 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즉시 지역을 떠날 것을 요청했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을 향해 돌과 물병, 달걀 등을 던졌고 최소 3대의 자율주행택시가 불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무렵부터 LA 시내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투입하기로 한 주방위군 2000명 가운데 약 300명이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승인 없이 ‘타이틀10’(미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을 동원해 주방위군 통제권을 국방장관에게 부여하고 주방위군을 시위 지역에 보내도록 했다.
대통령이 주지사를 거치지 않고 주방위군을 연방정부 관할에 둘 수 있는 경우는 내란법상 내란 등이 일어났을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내란법 발동 의사는 아직 없다면서도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 도시 모든 곳에 병력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A를 이민자의 침공에서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하도록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시위 현장에선 멕시코 국기를 포함해 이민자들과의 연대를 상징하는 중남미 국기가 등장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엑스에 시위 현장 영상을 공유하며 “외국 국기들을 보라. LA는 (외국인들에게) 점령됐다”고 주장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시위대가 분노를 표현하되 그 방식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목격하는 혼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것이다. 시위대가 이 혼란에 무너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짐 맥도널 LA 경찰국장도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폭력적이 되고 있다”면서 시위대가 아닌 “늘 (폭력을) 하는 이들”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8일(현지 시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LA에서 벌어진 반(反) 이민 단속 시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정부 동의 없이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한 것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헌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라며 “주방위군 투입 (명령)은 불법 행위, 부도덕한 행위,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투입하려면 미국 국방부는 주지사와 사전 논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주지사와 조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주정부 법무비서관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 서한을 보냈다며 군 병력 철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방해하면 자신과 캐런 배스 LA 시장을 체포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LA 패션 거리 소재 의류 도매업체와 홈디포 등을 기습 단속하며 촉발됐다. 당시 기습으로 당일에만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에 LA 다운타운 등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반(反)이민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연방 정부 차원의 진압을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최루탄 등으로 강경 진압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 및 카운티에서 연방 당국의 추방대상자 색출과 연방 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으로 경찰과 주민 시위대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슷한 성격의 시위 조짐이 보이고 있다.
8일(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치안 불안 상황이 발생해 6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명이 다쳤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시 경찰국은 여러 개인들이 일요일 저녁에 “폭력적이 되고 폭행에서부터 중죄 훼손행위와 재물 손괴에 이르는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면서 이에 한 지역에 불법 집회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